[더팩트ㅣ수원=진현권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3일 "남북 당국은 남북 긴장을 고조시키는 대남·대북 확성기 모두 멈추고,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평화의 땅 '비무장지대'의 일상을 파괴하지 말라"면서 이같이 요구했다.
그러면서 "(오늘 대성동 마을 주민과의 현장 간담회에서) 밤낮없이 들려오는 귀신, 짐승 소리에 한 달째 고통받고 계신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며 "연장을 들고 가다 손 베이고, 가스 불에 냄비를 올려놨다가 국도 태울 정도로 일상이 무너진 상황이다. 대체 왜 이분들이 이 고통을 받으셔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사는 "대성동 마을 모든 가구에 방음창을 즉각 설치하고, 심리치료와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의료지원 버스를 상주시켰다. 파주 인근에 임시숙소와 쉼터도 마련해 접경지 주민들께서 쉬실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또 "파주에 '비상상황실'도 설치한다. 부지사와 특사경이 상주하면서 '위험구역'으로 설정한 김포·파주·연천 지역의 대북전단 살포를 제재하겠다"며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지사는 이날 오전 파주 캠프그리브스에서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을 겪고 있는 파주 대성동 마을 주민들과 긴급 현장간담회를 갖고, 방음창 설치, 마음안심버스 투입 난청 치유, 주민 쉼터 및 임시 숙소 마련 등 주민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에 위치한 대성동 마을은 51세대 135명이 거주 중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주민 A 씨는 "죄인도 잠은 재울 것 아니냐. 우리는 죄인보다 더 하다. 너무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주민 B 씨는 "완전히 지옥 같다. 저희는 초중고 학생들이 있다. 부모는 지금 중증 환자다. 병원 갔다 오면 쉬어야 하고, 아이들은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런 걸 할 수 없다. 동네 어르신들은 (확성기에서 나오는) 비행기 뜨는 소리에 전쟁 났다고, 피난 가야한다는 분도 계시다"고 했다.
주민 C 씨는 "대성동 주민 다 미칠 것 같다. 이러다가 진짜 미치겠다. (대남 확성기 소리에) 전쟁이 나는 줄 알았다. '꽈광, 펑' 하면서 시작을 하는데…밤에는 짐승, 굉음소리. 이게 9월 28일부터 시작한 거다. 한 달 동안 이 고문을 받고 산다고 생각해 보시라. 고통스러운 암흑세계다. 일주일 동안 잠 하나 못 자고…그래서 귀마개를 착용했는데, 근 20일 하니까 염증이 생겼다. 트라우마가 생겼다. 지사께서 저희 좀 살려주시라. 저희도 대한민국 국민 아니냐. 잠 좀 자게 해 달라. 사람답게 평범한 일상을 원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김 지사는 눈시울을 붉히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한 뒤 현장에서 대성동 마을 51가구에 대한 방음창 설치 등 세 가지 즉석 지시를 내렸다.
지시 내용은 △방음 새시를 대성동 마을 51가구에 설치(방음창, 방음문)할 것 △건강검진 차량과 '마음안심버스'(트라우마 검사 및 진료용) 2대 바로 투입해 주민들 '마음의 병'과 난청 등을 치유해 드릴 것 △탄현 영어마을에 주민 쉼터와 임시 숙소 마련할 것 등이다.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방송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대성동 마을 주민들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해결방안이다.
또 김 지사는 오후석 도 행정2부지사에게 "파주시청에 비상상황실을 설치해 상주하면서, 특별사법경찰관들을 진두지휘하고, 오늘처럼 현장에서 바로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대성초등학교에 대한 방음 새시 등의 지원 방안은 경기교육청과 대화해서 찾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김 지사의 현장 지시에 주민들은 "무거운 마음이 내려앉는 것 같다"(A 씨), "너무 감사하고 응어리가 풀어지는 것 같다"(B 씨), "말만으로도 위안이 된다"(C 씨)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vv830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