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싸움 된 나주 한 중학교 운동부 '학폭'


A군 학부모, 학부모 2명 아동학대·명예훼손 등 혐의로 각각 경찰 고소
A군 청소년 대표 자격 박탈 위한 사전 모의 의혹도

[더팩트ㅣ나주=김현정 기자] 전남 나주 한 중학교 운동부에서 발생한 학생 간 학교 폭력이 학부모 싸움으로 번졌다.

22일 나주경찰과 강원 속초경찰 등에 따르면 나주 모 중학교 사이클 선수인 A(16) 군의 학부모는 지난 9월 자신의 아들을 때린 혐의(폭행 및 아동학대)로 B(14) 군의 학부모를, 또 'A 군이 학교 폭력과 절도 등을 일삼았다'며 대한자전거연맹(이하 자전거연맹) 홈페이지 게시판에 허위사실을 게재한 혐의(명예훼손 등)로 C(16) 군의 학부모를 각각 경찰에 고소했다.

A 군은 지난 2월 나주시 소재 사이클 경기장에서 합숙 훈련 중 또래 친구인 C 군과 휴대전화를 같이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C 군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떨어뜨리자 A 군은 (홧김에) C 군의 휴대전화를 던졌다.

이 사건은 A 군의 학부모가 C 군의 집을 찾아가 사과와 손해배상을 하고, C 군 측의 요구에 따라 (C 군 과의) 재발방지 및 연락금지 등이 담긴 각서를 작성해 건네주면서 일단락됐다.

그런데 A 군이 지난 6월 20일 강원 양양군의 한 해수욕장에서 운동부 후배인 B 군을 향해 폭죽을 쏘아 상처를 입히게 되면서 사건은 어른들 싸움으로 번지게 됐다.

B 군의 아버지는 해수욕장에서 선수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너희 아빠 불러라, 다 죽여버리겠다"라며 A 군의 뺨과 머리를 때린 뒤 자신의 아들이 상해를 입었다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휴대폰 파손 사건의 당사자였던) C 군 측은 지난 2월과 6월 두 사건의 가해자로 A 군이 지목되자, 7월 12일 자전거연맹 홈페이지 게시판에 A 군에 대한 부정적인 글을 올렸다.

C 군 측이 게재한 글에는 "지난 2월과 6월 학교 폭력을 일으킨 아이(A 군)가 메달을 땄다는 이유로 청소년 대표팀 훈련에 합류시킬 수 있느냐. A 군은 수시로 구타를 일삼아 왔으며, 돈을 갈취했을 뿐만 아니라 물건을 훔쳐서 되파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A 군은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데다, 여학생 D 양의 목걸이를 훔치려다 피가 날 정도로 구타한 적도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해당 게시글은 자전거연맹 게시판에서 삭제된 상태다. 하지만 이번엔 D 양 어머니가 C 군 측이 작성한 게시글이 '거짓'이라며 정면 반박하면서 갈등의 불씨는 더욱 커졌다.

<더팩트> 쥐재진이 확보한 카카오톡 메시지로 C 군 학부모와 D 양 어머니가 주고 받은 대화 일부./나주=김현정 기자

취재진이 최근 확보한 D 양의 어머니와 C 군 학부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내용을 보면 D 양의 어머니는 'B 군의 아버지가 A 군을 폭행한 사실은 정말 잘못된 것이지, 그런데 이런 사실을 제외한 채 A 군만 공격하고…(A 군이) 목걸이를 훔친 게 아니라 주운 것인데…'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C 군 학부모는 D 양 어머니에게 ‘애(A 군) 앞길은 막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B 군 학부모와 중재를 해보겠다. (같은 운동부 선수의 학부모인) E(15) 군 아버지가 (운동부) 코치에게 A 군을 청소년 대표로 보내면 가만 안 두겠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카톡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C 군 학부모의 기존 입장과 다른 메시지로, 자전거연맹 게시판에 A 군에 대해 올린 글 일부가 거짓이라는 사실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입장을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

또 C 군 학부모와 또 다른 선수 학부모들이 운동 실력이 뛰어난 A 군을 이번 폭력 행위를 빌미 삼아 청소년 대표 자격을 박탈하기 위해 사전에 모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C 군 학부모는 D 양 어머니와의 카톡에서 '내가 (자건거연맹 게시판에) 글 올리면 오해받을 수 있으니 안 올린다고 했는데도, (E 군 아버지가) 계속 전화가 와서 (게시판에) 글을 올리게 됐다. 다른 학부모들이 A 군이 (청소년 대표로) 가게 되면, 그 꼴은 못 보겠다고 하고'라고 적었다.

C 군 학부모는 '자전거연맹 게시판'에 해당 글을 올린 게 사실이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게시판에 올리고 바로 삭제했다'고 답했다.

다만 A 군에 대한 허위사실 기재와 청소년 대표 소집 훈련 해제 사전모의 등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끝내 연결이 닿지 않았다.

또 사이클 운동부 코치를 비롯한 B 군, E 군 학부모와도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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