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민통선 마을 주민들 "정부 전쟁나길 바라나? 제발 살려달라"


불면증·노이로제 시달려...파주시, 이동시장실 운영
이완배 이장 "민통선 주민은 인권 없나" 고통 호소

지난 18일 장단면에 마련된 이동시장실에 김경일 파주시장이 나타나자 파주시 장단면 통일촌 주민들이 3주째 이어지는 북한의 대남 소음방송의 피해를 호소하며 울먹이고 있다./파주시

[더팩트ㅣ파주=양규원 기자] 지난 9월 말부터 3주째 지속되고 있는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방송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경기 파주시가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경기도와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한 가운데 시가 먼저 피해 대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파주시는 지난 18일 장단면에 이동시장실을 마련하고 이 일대 민통선 마을 주민들의 피해 실상을 청취하고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지난 11일 북한의 대남확성기 방송으로 인해 막대한 소음 피해를 입고 있는 대성동 마을을 방문하기로 했으나, 출입 허가가 나오지 않아 방문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이에 시는 임진각으로 장소를 옮겨 긴급 간담회 형식을 띤 이동시장실 행사를 개최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임진각 내 민방위대피소에 마련된 이동시장실 현장에는 비무장지대 내 최일선에 소재한 조산리 대성동 마을과 백연리 통일촌, 동파리 해마루촌 등 민통선 마을 주민 3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 들어 파주 접경지역 일대는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맞선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이어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로 이어지며 긴장의 수위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이다.

이날 이동시장실에서는 특히 최근 극심해진 북한의 소음방송으로 인한 고통을 토로하는 호소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주민들은 지난 9월 28일부터 현재까지 20일 넘게 지속되고 있는 대남 확성기 방송은 주민들이 이제껏 들어본 대남방송 중 소음 강도가 가장 높다고 토로했다.

특히 여우, 들개, 까마귀 등 동물의 울음소리부터 쇠뭉치를 긁는 소리나 기계 돌아가는 소리 등 소름 끼치는 소리가 밤낮없이 들려와 주민들 대부분이 불면증과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70대 중반의 한 주민은 "북한의 소음 공격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면서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소음에 옆 사람과 대화도 나눌 수 없고 밤잠도 이룰 수 없다. 수면제, 진정제를 먹어봐도 소용이 없고 귀마개를 했더니 귀가 짓물러 염증이 생겼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주민은 "누구라도 이곳에 와서 하룻밤만 지내보라"면서 "너무 고통스럽고 아프다. 제발 살려달라"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주민 역시 "대성동 마을로 시집와 5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아오면서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지만 올해만큼 힘들었던 적이 없다"며 "문제는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고통이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해결 방안 중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완배 통일촌 이장은 "탈북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해서라는데 민통선 주민들에게는 인권이 없는 것인가"라면서 "북한에서는 대북전단이 날아오면 원점 타격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데 전쟁이라도 나기를 바라나"라고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지금 파주시민들의 불안과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생명과 안전이 모두 위협받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위험구역 설정에 따라 확보하게 된 지자체 권한을 최대한 활용, 대북전단 살포 행위 적발과 단속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도가 지난 16일 파주, 연천, 김포 등 3개 시군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함에 따라 앞으로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자들의 출입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명령을 불응할 때는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강제 퇴거는 물론 형사처벌도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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