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 지역 독지가와 지역민 헌신적인 노력으로 설립"


경상국립대 전신 진주농과대학 설립에 관한 최초 역사기록 찾아
밀양 미리벌민속박물관 성재정 관장, 대학역사 기록 기증

진주농과대학 설립동지회 취지서와 회칙./경상국립대

[더팩트ㅣ진주=이경구 기자] 경상국립대학교는 대학의 전신인 ‘진주농과대학’ 설립과 관련한 최초의 역사기록을 발굴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상국립대 고문헌도서관은 지난 4일 밀양 미리벌민속박물관을 방문해 고문헌 상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학 역사기록을 발견, 성재정 관장으로부터 이를 기증받았다.

성재정 관장은 진주시 대곡면 출신으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랑이 남다른 인물이다. 평생 우리나라 목가구를 수집해 미리벌민속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성재정 관장은 "대학의 역사 기록을 해당 대학에서 소장해야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기증을 결정했다.

기증 자료는 갱지 1장(24.8cm×17.8cm)으로 앞면에는 ‘진주농과대학 설립동지회 취지서’가, 뒷면에는 ‘진주농과대학 설립동지회 회칙’이 인쇄돼 있다.

‘설립동지회 취지서’에는 "서부 경남의 심장이라고 할 만한 진주에 아직까지 고등교육기관의 설립이 없음은 실로 부끄럽고 통탄할 일"이라며 "진주농림학교를 토대 삼아 그 시설 확충에 노력한 결과 각 지방 유지 제현의 막대한 협조로 교사 일부를 증축하게 되었음은 참으로 축하하는 바이다"라고 쓰여 있다.

또 "대학으로서 교사 기타 시설을 구비하려면 아직 거액의 기금이 필요하옵는데 과거와 같이 소수 독지가의 힘만 기다려서는 도저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에 비추어 진실로 국가 장래를 걱정하고 교육열에 불타는 강호 유지 제현의 꽃다운 희사를 목표로 금번에 동지회를 조직하게 되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 "농과대학의 완성과 불우한 자녀의 육영장학사업의 취지에 찬동하시는 아름다운 뜻으로 금액의 다과를 막론하옵고 깨끗한 재물을 던져 조국 건설에 성스러운 공헌이 있으시기를 앙망하옵나이다"라고 적혀 있다.

진주농과대학 설립동지회 취지서는 ‘설립동지회 발기인 일동’의 명의로 단기 4281년(1948년) 1월 1일 발표된 것으로 돼 있다.

밀양 미리벌민속박물관 성재정 관장(오른쪽)이 대학역사기록을 기증하고 있다./경상국립대

‘설립동지회 회칙’에서는 진주농과대학 설립 목적을 "심오한 학문을 연구하며, 민족문화산업 재건에 희생하는 영재를 육성하여 조국 건설의 초석이 될 선도자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하면, 설립 취지서와 회칙 등을 제정해 단기 4281년(1948년) 1월 1일 설립동지회가 창립되었고 이들의 활동 덕분에 진주농림학교를 토대로 삼아 1948년 10월 20일 경남도립 초급 ‘진주농과대학’이 설립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자료만으로는 당시 누가 진주농과대학 설립동지회를 주도했는지, 동지회 회장·부회장·이사 등 임원은 누가 맡았는지, 동지회 설립 이후 지역민의 참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는 알 수 없다.

이후 진주농림학교는 경남과학기술대학교가 되고 진주농과대학는 종합대학으로 승격해 경상대학교가 됐다. 2021년 3월 1일에는 경남과학기술대학교와 경상대학교가 통합해 경상국립대학교로 출범했다.

진주농림학교 개교기념일 4월 30일은 현재 경상국립대학교의 ‘건학기념일’이 되고, 진주농과대학 개교기념일 10월 20일은 ‘개교기념일’이 됐다.

권진회 경상국립대 총장은 "경상국립대는 국가 주도로 설립된 것이 아니라 지역의 많은 독지가와 지역민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노력과 헌금에 의해 경남의 고등교육기관으로 설립되었음을 알 수 있는 대학의 중요한 역사 기록"이라며 "특히 경상대학교와 경남과학기술대학교가 한 뿌리에서 출발하였음을 알 수 있는 자료다. 이 자료는 대학 통합의 상징적인 역사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문헌도서관은 기증받은 자료를 경상국립대 박물관 1층 전시실에서 제76주년 개교기념식이 열리는 10월 16일부터 31일까지 일반에 공개한 뒤 대학사자료관으로 이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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