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군수 망신주기’ 선 넘었다...‘악행비’에 가려진 함평꽃무릇축제

전남 함평 ‘모악산꽃무릇축제’가 열리는 축제장 인근에 이상익 함평군수를 겨냥한 악행비가 서있다. / 이병석 기자

[더팩트 I 함평=이병석 기자] 축제장 초입에 우뚝 서있는 붉은 글씨의 한 비석을 보고 사람들이 연신 수군댄다.

연달아 늘어선 대형 농기계에는 전남 함평군수와 해보면 용천사를 힐난하는 현수막이 길게 펼쳐졌다.

우리나라 100경에 꼽히는 ‘꽃무릇 바다’를 보러 온 관광객들은 눈앞에 펼쳐진 살풍경에 언짢은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12일 지역의 잔칫날 격인 제25회 모악산 꽃무릇축제 개막식날 ‘이상익 군수 악행비’가 세워졌다.

용천사 측이 그들의 소유 부지에 조성하려는 ‘수목장형 자연장지’에 대한 함평군의 인허가를 반대하는 ‘용천사수목장반대추진위원회’의 항의 표시다.

꼭 이날이어야 했을까? 단 며칠을 위해 오랜 기간 축제를 준비한 관계 공무원과 면민의 노고는 차치하더라도 "먼 길 마다않고 지역을 찾아준 관광객들을 볼모로 잡은 격"이라고 지역민들은 성토한다.

물론 주민들의 입장도 이해된다. 맞닥뜨리지 않아도 될 장례 차량 등을 앞으로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적법한 요건으로 해당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 이를 무슨 수로 막겠는가? 주민들의 부정적 여론만을 구실로 경도된 행정을 할 수 없다.

용천사 측의 행위가 관련 법과 규정 등에 견줘 합당하다면 사실상 그들의 재산권 행사를 강제할 수단이 있겠는가?

혹여 여러 민원만을 이유로 불허 처분하고, 이를 빌미로 사업자 측이 소송을 제기한다면 행정 당국은 낭패를 볼 수 있다.

행정은 민원을 수반하는 사업에 대해 법률적 요건을 갖췄는지를 살피는데 더해 중간자적 입장에서 사업자 측과 주민들 간 갈등관리까지가 그 범주다.

이러한 범주를 넘어선 일탈은 공무원과 단체장을 옭아 매는 족쇄로 작용한다. 더욱이 군수는 수목장형 자연장지 인허가 과정에 있어 사무 전결권이 없다.

그럼에도 부당하게 부서의 업무에 개입한다면 직권남용 등 법적 책임을 져야 하기에 관여할 수도 없다.

자연장지를 기필코 만들려는 용천사와 이를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주민이다. 악행비는 이 군수를 향할 게 아니라 용천사를 향했어야 옳다.

애먼 행정 수장을 싸움에 끌어들여 축제장 한복판에서 망신 주는 행태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forthetrue@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