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살해·암매장 후 실종신고 30대, 무기징역→징역 40년 감형

대구고등법원 전경. /대구=김채은 기자

[더팩트ㅣ대구=김채은 기자] 아버지를 잔혹하게 살해한 뒤 사체를 야산에 은닉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대구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성욱)는 존속살해,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된 A(34) 씨에 대해 원심형을 파기하고 징역 40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11월 6일 새벽 3시쯤 경북 상주에 사는 아버지 B(68) 씨를 찾아가 "축사를 물려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둔기로 아버지의 머리를 내리쳐 살해했다. 또한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B 씨의 사체를 야산에 파묻어 사체를 은닉하고 경찰에는 "아버지와 연락이 안 된다"고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실종 수사에 나선 경찰은 A 씨의 수상한 행적을 발견하고 추궁해 같은 달 9일 A 씨를 체포했다. 조사 결과 A 씨는 2013년경부터 아버지의 축사 운영을 도왔고 언젠가는 축사를 증여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2년부터 B 씨가 결혼을 전제로 C 씨와 교제를 시작한 뒤부터 C 씨에게 축사를 증여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겼고, 결국 아버지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범행 3일 전 ‘친족 살해’, ‘후두부 가격’ 등 범행 방법을 인터넷에 검색하고 범행 당일 B 씨를 찾아간 사실을 숨기기 위해 밧줄을 타고 아파트 밖으로 나와 13㎞ 떨어진 B 씨의 집까지 걸어갔다. 그는 유치장에 구속돼 있던 중 B 씨가 남긴 재산을 신속히 처분할 방법을 모색하는 한편, 면회를 온 누나들에게 자신의 컴퓨터를 은닉해줄 것을 부탁하며 증거인멸도 시도했다.

1심 재판부는 "B 씨가 웅크린 자세로 얼굴을 땅에 처박은 채 참혹한 모습으로 발견된 점, 범행 후 태연하게 범행 흔적을 제거한 점이 범행의 패륜성과 반사회성을 방증하고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도 B 씨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과 명예를 훼손할 만한 발언을 주저하지 않는 점, 범행 후 일말의 반성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해 사회로부터 영구 격리함이 타당하다"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대해 A 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유족 중 일부는 엄벌을, 일부는 선처를 탄원하고 있으며, 장기간 수감 생활을 통해 진정한 반성을 하고 문제를 개선할 가능성이 높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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