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장-세종시의회 의장, "발언 기회 달라" "안 된다" 설전


시 역점사업 예산 전액 삭감 두고 시의회서 정면충돌
'예산전쟁' 점입가경…최 시장 "시민 요구 무시 처사"

23일 오전 10시 세종시의회가 제92회 임시회를 열고 있다. /김형중 기자

[더팩트ㅣ세종=김형중 기자] 23일 열린 세종시의회 제92회 임시회에서 최민호 세종시장과 임채성 세종시의회 의장이 정면충돌했다.

'세종 빛 축제'와 '국제정원도시박람회' 등 최 시장의 역점사업 예산을 시의회가 전액 삭감하면서 시작된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이날 '발언 기회를 달라'는 최 시장의 요구에 임 의장이 '안 된다'고 맞서자 두 사람은 목소리를 높여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세종시와 시의회의 갈등은 집행부의 요구로 열린 임시회에서 '루비콘강(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형국으로 치달았다.

발단은 이날 오전 10시 제92회 임시회 본회의장에서 의사진행 발언이 끝난 뒤 최민호 시장이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최 시장은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예산안과 관련)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시민들께 알려드려야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라며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발언 기회를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현미 의원이 "(시의원들을) 압박하지 마십시오"라고 비판하자, 최 시장은 "이게 왜 압박인가, 요청이지"라고 되받았다.

그러자 임채성 의장은 "그게 요청하는 태도입니까. 시장님, 그게 요청하는 태도입니까"라며 최 시장의 태도를 지적했다.

최 시장은 "압박으로 들으셨다면 사과드리겠지만 발언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임 의장은 "앞서 3회 추가경정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연설과 제안 설명의 건에서 시장님께서 발언을 하지 않으셨냐"며 "발언의 기회는 의원에 한해서 한정되기 때문에 기회를 드리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거부했다.

최 시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시장이 발언을 요청하는데 허용할 수 없다는 법적 근거가 있으면 제시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발언 기회를 재차 요구했다.

임 의장은 "지방자치법과 회의 규칙에 그렇게 명시가 돼 있다. 한번 찾아보기 바랍니다"라고 말하면서 정회를 선포했다.

이후 최 시장은 이날 김현미 의원의 지적과 관련해 "그게 어떻게 해서 사과할 일이냐? 예산안을 지난번에 부결을 해서 다시 올린 것이며 오죽하면 그렇게 했냐"고 반문했다.

최 시장은 이어 "시민이 저렇게 열화와 같이 요구하는 내용을 무시할 수가 있냐. 시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의회가 마음대로 이렇게 전액 삭감해 공약을 못 하게 하는 것으로 (본회의에서) 이야기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정안 내용이 너무 변동된 것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최 시장은 "얼마든지 이번에 재논의하면 받아들일 뜻이 있다"고 말했다.

최 시장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사업을 포기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두고 봅시다"고 말한 뒤 "정원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는 세종시 비전과 목표와 가치는 변함없이 추진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세종시의회의 예산 삭감에 반발하는 상인 등 주민 100여 명이 시의회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시의회가 시민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것을 보면서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며 "농민도 살리고, 상가 상권도 살리고, 학생들의 꿈도 살릴 수 있도록 전액 삭감된 예산을 다시 살려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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