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경기도교육청이 4년여 전 ‘N번방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관련한 조례를 만들고도 자문위원회 구성 등 제도적 정비를 소홀히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도교육청은 지난달 디지털 성범죄가 다시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르자 부랴부랴 위원회 구성에 나섰다.
18일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전자영(용인4) 도의원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지난달 25일부터 ‘디지털 성범죄 예방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전문가 9명을 추리고 있다.
텔레그램 기반의 딥페이크(Deepfake; 불법 합성물) 범죄가 도내 중·고교생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확산, 전문가들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위원회는 도교육청의 범죄예방 및 대응 교육과 피해자 보호지원 대책 등을 조언하는 역할을 맡는다.
위원회 구성은 지난 2020년 11월 ‘경기도교육청 디지털 성범죄 예방 및 교육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지 무려 4년여 만이다.
당시 도교육청은 2019년부터 불거진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자 도의원 발의로 조례를 제정했다.
교사 개인정보가 담긴 인사 발령 정보를 일정 기간 후 삭제하기로 하는 등의 대책도 내놨다.
일부 교사들이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내려 받아 소지하는 등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교육계가 떠들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교육청의 대응은 그 때 뿐이었고, 교육현장은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는 게 전 의원의 지적이다.
전 의원은 "도교육청이 조례가 정한 위원회 구성에 늑장을 부리는 것도 모자라 피해 대상을 학생으로만 국한하고 있는 조례의 문제점이나 한계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현재는 피해 교원에 대한 신속하고 체계적인 지원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 등 예방대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이지 못했고 소리만 요란했다"면서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디지털 재난 상황인 만큼, 신속하고 포괄적인 피해자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전 의원은 현행 조례의 목적과 정의, 피해자 지원 사업 대상 등에 교원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조례상 자문위원회 구성은 강행규정이 아니라 ‘둘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어서 구성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25개 교육지원청에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비슷한 성격의 ‘성희롱·성폭력 사안처리지원단’ 등도 활동하고 있어 자문위 구성의 필요성이 부족했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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