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일본 정부가 기시다 총리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지난 5일 귀국선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 승선자 명부를 한국 정부에 제공한 것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호의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6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일본 정부의 이번 승선자 명부 제공이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대단한 호의를 베푼 것인 양 한국정부가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며 진상규명 약속과 사과를 받아낼 것을 촉구했다.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은 아시아태평양 전쟁이 끝난 뒤 1945년 8월 22일 아오모리현 오미나토항에서 출발해 부산을 향하던 귀국선 우키시마호가 24일 교토부 마이즈루 앞바다에서 의문의 폭발에 의해 배가 침몰하면서 조선인 수천여 명이 사망한 사건을 일컫는다.
이 사건은 전쟁에 패한 직후 일본 해군이 마련한 수송선에 오르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보급을 끊을 것처럼 서둘러 조선인들에게 승선을 강요하고, 폭발 전 승선자들을 놔둔 채 선장과 승조원들만 작은 배에 옮겨 탄 일 등 수많은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증언에 따르면, 이 배에는 강제 동원된 노무자 등 최소 7000여 명 이상 많게는 1만여 명 이상이 승선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정확한 승선 인원조차 밝히지 않고, 침몰한 배를 인양도 하지 않은 채, 승선자 3700여 명 중 한국인 524명, 승조원 25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하고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했다.
또한 일본 정부는 피해자와 유족들의 줄기찬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건 발생 79년이 지난 지금까지 승선자 명부가 없다며 발뺌해왔다.
그랬던 일본 정부가 지난 5일 기시다 총리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승선자 명부 75건 중 우선 19건을 한국 정부에 제공했다.
시민모임은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은) 많게는 7000여 명이 수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참혹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광복 79년 동안 승선했던 사람이 도대체 몇 명인지, 누구였는지 그 명부조차 철저히 감춰왔던 명백한 반인도 반인륜 전쟁범죄"라며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일본 정부의 사죄 표명도 없이 명부만 받아낸 것으로 끝날 사건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교부가 개인정보를 이유로 신청이 들어온 사람에 한정해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윤석열 정부가 개인정보 보호를 구실로 더 이상 이 문제의 확산을 원치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강조했다.
시민모임은 "이번에도 윤석열 정부가 일본 정부가 던져주는 일부 명부만 건네받고 만다면,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에 이어 일본의 반인도적 범죄에 또 다시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며 "기시다 총리가 퇴임 마지막 순간까지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숙원 문제를 남김없이 해결하는 외교적 선물 보따리를 두둑하게 챙겨가는 결과가 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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