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구=김민규 기자] 경북 성주군이 상수도 공사 후 인근 주택가에 재산상 피해를 입히고도 모르쇠로 일관하다 감사가 시작되고서야 부랴부랴 입장을 바꿔 지역민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군청 측은 그간 상수도공사와 관련 주민 피해를 일절 부인해왔다.
28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땅 꺼지고 담벼락 균열 책임 두고 주민-성주군 팽팽한 줄다리기'(<더팩트> 8월 2일자 보도) 보도 후 경북도감사관실의 감사가 시작되자 성주군청의 입장이 돌변, 피해 주민에게 부실공사를 인정하며 재시공을 제안했다.
피해 주민에 따르면 2년 전 성주군이 마을 상수도 공사를 진행한 후 계량기에 물이 차고 지반이 침하돼 담벼락 손상까지 이어졌다. 피해 주민들은 성주군에 꾸준히 민원을 넣었지만 그때마다 '군청이 공사한 것과는 무관한 것'이라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군청 측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주택가 뒤편에 논이 있어 지반에 물이 차 생긴 현상"이라며 "계량기를 옮겨도 마찬가지인 데다 지반자체가 문제이고 군청의 공사와는 관계가 없다"다는 입장만 내세웠다.
문제는 최근 들어 이같은 현상이 심해진 데다 균열이 많은 담벼락이 마을을 왕래하는 길을 덮칠 우려가 생기면서 더 크게 불거졌다. 결국 주민 측이 경북도청 감사관실에 이 같은 사태를 호소하게 된 것이다.
성주군청은 도의 감사가 시작되고서야 피해 주택을 찾아 "사람이 없는데 계량기가 돌아가는 것을 보니 누수가 있는 것을 확인했고 재시공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담벼락 손상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고 밝혀, 주민들의 공분을 다시 사기도 했다.
피해 주택 주민은 "구글 지도를 통해 연도별도 손상된 부분을 언론에 제보하고 상수도 전문가의 조언까지 받았지만 성주군은 끝까지 자신들과 상관없다고 일관했다"며 "감사실이 나서자 돌변하는 성주군의 행정 수준에 얼마나 먼 싸움을 이어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한 주민은 "2년간 모르쇠로 일관하다 감사실이 나서자 바싹 엎드리는 제스처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야 할 듯하다"며 "성주군이 무서워하는 것은 민원이나 언론보다 감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꼬집었다.
한편 성주군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온 건에 대해 해당 부서에 모든 자료를 요청하고 관련 사안에 대해 엄중히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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