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경기=김동선 기자] 태양이 작열하던 지난 15일 오후 경기 용인 시궁산에서 딸과 하이킹을 즐기던 이모 씨는 돌연 강렬한 비명을 들었다.
평소 평화롭게 '맴맴' 노래로 암컷을 부르던 매미가 '매애애앰~ 매애앰!' 자지러지게 비명을 내질렀다. 이들은 악을 쓰듯 울어대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따라가 보니 매미가 거미줄에 걸려 빙글빙글 돌며 비명을 질렀던 것. 이 씨의 시선이 매미에게 고정된 찰나 말벌이 미사일처럼 매미에게 박혔다.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시작한 순간 말벌은 매미를 갉아 먹기 시작했다. '말벌이 매미를 먹나?' 이 씨의 귀에 울음소리는 더더욱 크게 들려왔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나 보던, 삶과 죽음이 한날한시 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이 씨는 "산 채로 잡아먹히는 매미가 불쌍했다. 하지만 매미를 풀어주면 배고픈 말벌이 죽을 수도 있는 노릇이라 개입하지 않고 그냥 뒀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씨는 촬영을 마친 뒤 2시간 정도 산행을 이어갔다가 말벌과 매미를 목격한 곳으로 되돌아왔다. 그 자리에는 매미가 몸통이 다 먹힌 채 머리만 남아있었다.
'말벌 저 조그마한 체구에 어떻게 저 양이 다 들어가지?' 절로 감탄이 나왔다고 한다.
이 씨는 <더팩트>에 "당시에는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해 덤덤하게 넘어갔으나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은 걸 보니, 매미가 고통스러워서 울부짖은 소리에 담긴 감정이나 삶에 대한 투쟁이 뇌리에 도장 찍듯 남았다. 마지막이 고통스러웠던 만큼 내생에는 편안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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