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스터 나온다던 400만 원짜리 기숙학원, 급식업체는 '무등록'


기숙학원 피해 올 들어서만 47건
학부모 "관리·점검 철저해야" 분통

기숙학원에 입소했다 피해를 본 사례가 늘고 있다. 급식 도시락 이미지(기사와 관련 없음). /더팩트 DB

[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고등학생 자녀를 둔 A 씨는 지난달 말 방학을 맞아 B 기숙학원에 들어갔던 아들(17)에게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포장용기가 부풀어 있는 우유를 주고 음식 등도 부실했는데, 배가 아파 더는 학원에 있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아이는 "이미 5~6명이 비슷한 증상으로 학원 양호실에 다녀왔다"며 "학교급식보다 못한 밥을 주고, 집에는 자주 연락도 못하게 한다"고 불만을 늘어놨다.

이 기숙학원은 애초 랍스터 등 양질의 식단과 철저한 학습관리 등을 내세워 학생들을 모집했다고 한다.

1개월 비용도 최소 300만 원에서 최대 500만 원이 훌쩍 넘었다.

A 씨는 비용이 부담스러웠지만, 홍보를 믿고 아이를 들여보냈던 참이었다.

A 씨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어림잡아 20여 명씩 20조로 편성, 400여 명에 달하는 아이들을 수용한 것으로 들었다"면서 "돈 벌이에만 급급하고 아이들 관리는 엉망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액 기숙학원에 대한 소비자피해가 늘고 있다.

18일 경기도소비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기숙학원과 관련한 소비자 상담건수는 전국적으로 지난 2022년 50건, 지난해 37건, 올 들어 지난달까지 47건에 이른다.

B 학원은 무등록 급식업체와 계약을 맺고 학생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입소한 학생 10여 명이 식중독 의심 증상을 보인다는 신고를 받고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확인한 결과였다. 식중독 발생 시 원인 규명을 위해 일정 기간 보관해야 하는 '보존식'도 보관하고 있지 않았다.

또 다른 기숙학원인 C 학원도 광고와 달리 시설이 낡고 불결해 학부모들의 원성을 샀다.

고등학교 3년 자녀를 이곳에 보낸 D 씨는 "침실, 침구류 등이 불결해 아들이 4일 만에 퇴소했다"며 "수능 막바지 점검을 위해 한 달 300만 원을 주고 학원에 들여보냈다가 오히려 아이의 컨디션만 망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수생 전문으로 알려진 E 기숙학원은 환불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분쟁이 잦은 곳이다.

F씨는 "고작 단 하루 수업을 듣고 나왔는데도, 자체 규정에 근거해 전체 비용 339만 원 중 113만 원만 되돌려 줄 수 있다고 해 다투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숙학원을 이용하기 전에 직접 현장을 방문해 시설 등을 살피고 환급 규정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손철옥 경기도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은 "인터넷 광고만 믿지 말고 교육청에 등록된 학원인지 등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며 "분쟁이나 피해가 발생하면 소비자상담센터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을 설명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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