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부산이 전국 광역지자체 중 가장 먼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금융 취약계층인 고령자를 대상으로 사회적 역할을 꾸준히 수행해 온 부산은행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11일 부산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7일 부산시 남구 대연3동 영업소를 재개점했다. 해당 영업소는 2021년 10월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비대면 금융 거래가 대세로 흘러가자 영업소의 수익성이 나빠진 게 배경이다. 그런 와중에 2년 2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열었는데, 비대면 거래가 쉽지 않은 고령 고객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재개점을 결정했다.
이는 처음이 아니다. 영주동 영업소도 만성적인 적자 탓에 2017년에 폐쇄했다가 이후 지역 주민들의 불편이 크다는 의견을 수렴해 폐쇄 1년여 만에 재개점했다. 부산의 대표적인 구도심이자 낙후 지역인 영주동의 경우 비대면 금융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 비율이 특히 높은 지역인데, 1금융권은 부산은행이 유일하다.
이는 최근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들이 수익성 중심으로 지역에서 지점·영업소 등 점포를 지속적으로 축소해 나가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뿐이 아니다. 부산은행은 지방은행으로서 지역의 금융 공공재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부산은행은은 수익성 악화로 점포를 폐점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점포를 지속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총 214개 점포를 운영 중인데 이 중 21개 점포(10%)가 적자다. 영업이익 적자만 267억 원에 달한다.
부산은행 전국 점포 214개 중 81.3%인 174개 점포가 부산에 집중돼 있다. 부산에 있는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의 영업점을 모두 합친 157개보다 17개가 많은 수치다.
이 또한 금융 취약계층이 많은 지역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아 영업점을 폐점하는 사례가 빈번하지만, 손실조차 안고 일부 영업점을 계속 유지하며 지방은행의 역할에 기여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특히 부산지역 동(洞) 단위 행정구역 중 29곳에선 부산은행만 영업점이나 영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부산은행은 만성적으로 적자가 발생하는 자동화 코너도 지역민들의 편의를 위해 지속 운영 중이다. 지난해 기준 자동화 코너는 총 616대다. 이 중 612대(99.3%)는 적자를 보고 있다. 적자는 연간 33억 원으로 추산된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지역 인구의 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당행은 디지털에 취약한 지역의 고령층을 위해 시니어 서포터즈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특히 기초노령연금, 기초생활수급비, 각종 공과금 납부 등으로 은행 방문이 많은 10일, 25일, 말일 등에는 고령자에 대한 금융업무 및 여러 부수적인 편의 제공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은행은 주주가치 측면에서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민간 주식회사이지만 지방은행으로서 지역에서 금융의 공공재 역할을 성실히 수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hcmedia@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