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구=김채은 기자] 지난 1966년 설립돼 자산총액 3000억 원, 조합원 1만 5000여 명인 구미신협은 이사장의 부실대출 배임으로 조합원들이 57억 원에 이르는 피해를 떠안게 됐다. 지난 2022년 12월에 시작된 재판은 1년 8개월 동안 이어지다 올해 7월 1심 판결이 나왔다. 이들이 죄에 상응하는 형벌을 받기까지 구미신협은 결국 피해를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구속 기소됐던 이사장은 재판이 길어지면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고, 이사장직을 유지하면서 구미신협의 곪은 부분을 알린 직원에 대한 보복성 인사를 자행한 것으로 드러나기까지 했다. 1년 8개월 동안 구미신협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 이사장, 브로커 등 4명 모두 법정 구속
지난 7월 16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형사1부(재판장 최연미)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구미신협 이사장 A씨(70)에 대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또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 B씨(64)에게 징역 3년에 1억 5000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건설업자 C씨(62)에게는 징역 5년, 전 구미신협 신용부장 D씨(53)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 모두 법정 구속됐다.
사건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출이 필요했던 건설업자 C씨는 자격이 안 돼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자 브로커 B씨에게 알선 수수료 1억 5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구미신협에서 돈을 빌렸다.
B씨는 같은 스키동호회 회원인 구미신협 이사장 A씨에게 대출이 되도록 부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장은 당시 구미신협 신용부장 D씨를 불러 대출을 지시했다.
결국 70억 5000만 원 상당의 부실대출이 이뤄졌고, 대출금이 환수되지 못해 구미신협은 최종적으로 57억 4100만 원 상당의 피해를 떠안게 됐다.
앞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사장 징역 12년을 비롯, 브로커 10년, 건설업자 8년, 전 구미신협 신용부장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피고인들과 검찰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쌍방항소하면서 항소심이 예고됐다.
◇ 직원 보복에 힘쓰다 4억 원대 손해 추가 발생
2022년 중순경부터 수사에 나선 검찰은 피고인들에 대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같은 해 11월 30일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재판에 넘겨진 뒤 피고인들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몇 차례 공판이 열렸다. 하지만 구속 기간이 만료돼 법원에서 직권으로 보석을 허가했고 이들 4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보석이 허가되면서 ‘상황’은 더욱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A씨가 구미신협으로 돌아가 이사장직을 계속해서 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지시에 따르지 않거나 배임 행위를 고발한 직원에 대해 해고와 계약해지, 창구발령 등 보복성 인사를 감행했다.
해고를 당한 간부급 직원들은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해 복직에 성공했으나 이사장 A씨는 이들을 지점 창구로 발령을 내며 보복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가뜩이나 이 사건으로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던 구미신협은 해고무효확인소송이 패소하면서 소송비용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결국 소송비용과 복직된 직원들의 임금만 4억 원대에 이르게 됐다.
◇ 형사사건 이사장 측 변호사가 민사사건 신협 측 변호도
나아가 이번 형사사건의 이사장 측 변호를 맡은 변호사가 구미신협 직원이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소송 민사사건의 구미신협 측 변호까지 맡은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부당해고를 당한 직원 E씨는 "구미신협이 피해자인 배임사건의 피고 측 변호사가 민사소송에서는 구미신협의 변호를 맡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며 "소송 과정에서 얻은 구미신협 관련 정보나 직원 정보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변호사법 31조 1항에 따르면 수임하고 있는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사건을 위임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피해자를 대리한 뒤 피고인을 대리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례(대법원 2004.11.26 2004도5951)도 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 측은 "대립되는 사건에 대한 수임은 금지돼 있지만 다양한 사정들이 있어 위법 여부를 곧바로 판정할 수 없으며 법제위원회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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