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전남TP 감사 중 설문 조사지에 '인적사항' 기입 논란


직원들, 추후 인사 불이익 등 우려…"감사 공정성 등 의심"
감사관 "불명확한 제보, 사실 관계 파악 위한 불가피한 조치"

사진은 전남도청 전경./더팩트DB

[더팩트ㅣ무안=이종행 기자] 전남도가 최근 출연기관인 (재)전남테크노파크 감사 과정에서 직원 대상 설문 조사를 한 뒤 조사지에 응답자의 이름과 연락처 등을 적어내도록 하면서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직원들은 "추후 인사 불이익 등을 우려해 설문조사에 제대로 답이나 할 수 있었겠느냐"라며 개인정보 기입에 따른 감사의 공정성·진실성·객관성에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한 반면, 감사관실은 불명확한 제보 내용의 사실 관계를 명확히 가려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31일 <더팩트>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도 감사관실은 지난 24~26일까지 3일간 전남테크노파크에서 정책기획본부·기업진흥본부·행정지원본부 등 전 직원 180명 중 100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 5월 말 감사관실은 '전남테크노파크 원장 A씨가 일주일에 평균 두세 차례씩 직원과의 저녁 식사와 술자리를 가졌으며 회식비는 직원들이 냈다'는 등의 익명 게시판 제보를 받은 뒤 정확한 사실 관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첫 현장 조사에 나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조사지에는 △A원장과 술자리를 한 적이 있는가 △(술자리를) 했다면 몇 회 정도 했는가 △A원장이 부당하게 강요한 술자리가 있었는가 △A원장에 대한 술자리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는가 △관련 증빙자료 제출 여부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문제는 설문 조사지 마지막 부분에 이름과 소속·연락처 등 응답자의 개인정보를 써내도록 했다는 점이다. 해당 직원들은 설문 조사 진행 당시 익명을 보장한다고 해놓고 조사지 마지막 질문(항목) 뒤에 개인정보를 적는 기입란이 있었다는 것은 처음부터 의도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많다.

만약 조사지 첫 부분, 질문 항목 전에 개인정보 기입란이 있었다면 애초 설문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설문 조사에 참여한 대상자를 선정한 기준도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전 직원 180명 중 100명만 설문 조사에 참여했는데, 무슨 기준으로 정했냐는 것이다.

특히 감사 과정에서 설문 조사를 통해 사실 관계 여부 등을 파악하는 것도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전남도와 같은 광역단체인 광주시 측은 감사 과정에서 설문 조사를 하면서 감사 시 신분이 드러나는 이름과 직위 등 개인정보를 작성토록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는 입장이다.

직원 B씨는 "설문 조사 이후 감사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내가 답한 설문 조사 내용을 본 뒤 '(A원장과) 술자리를 가진 영수증이 있느냐. 몇 명과 술자리를 가졌느냐'는 등 꼬치꼬치 캐물었다"며 "감사관의 전화를 받고 매우 당황스러웠다. 내 개인정보가 적힌 설문 조사지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인사 불이익 등 결과는 불 보듯 뻔한데, 설문 조사에 응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반면 감사관실은 해당 원장의 잦은 술자리 회식 등에 대한 제보를 받은 직후 내외부 동향 파악과 해당 기관에 대한 자료 요청을 한 뒤 현장 조사를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또 제보 내용이 명확히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수를 상대로 진위 여부를 가릴 땐 설문 조사를 통해 감사를 한다는 게 감사관실 측의 설명이다.

전남도 감사관실 관계자는 "설문 조사 참여 대상자는 제보 내용상 A원장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부서 직원들을 우선 대상자로 삼았다"며 "익명으로 설문 조사가 진행됐다면 '카더라'식 내용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인정보를 쓰도록 하면) 조사 질문에 대해 사실대로 적을 것이며 증거도 명확하게 제시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이 같은 선택을 했다"며 "현재 많은 수를 상대로 감사를 진행 중인데, 사실 관계 등을 신속히 파악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설문 조사 방식을 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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