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구=김민규 기자] "수사 목적이라는 이유로 경찰이 제 개인정보를 캤다고 생각하니 정말 불쾌합니다."
최근 대구경찰청이 시민들에게 개인정보 조회 사후 통보 문자 메시지를 대거 발송하면서 지역사회가 갑론을박으로 뜨겁다.
직장인 박성언(28) 씨는 이달 초 대구경찰청 반부패수사팀으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귀하의 통신이용자정보를 제공받았다'라는 내용과 함께 범죄 수사 목적으로 조회했고 박 씨의 성명과 전화번호 등을 조회했다고 적혀있었다.
박 씨가 수신 번호로 전화를 걸자 대구경찰청 반부패수사팀으로 연결됐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문자 메시지에 대해 "별것이 아니다. 범죄 수사 대상자의 휴대폰을 확인하던 중 박 씨와 통화 내역이 있어 통신사의 사실확인을 했을 뿐 별다른 내용이 없다"고 했지만 해당 수사나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알 길이 없었다.
풍수지리가 류수헌(35) 씨도 지난 24일 박 씨와 같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지만, 실제 경찰이 전화를 받은 데다 문자 내용에 대해서는 별것 아니라는 말만 반복했고 구체적인 이유나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문자가 대거 발송된 것은 지난해 12월 '수사기관이 수사 목적으로 통신이용자정보를 조회(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할 경우 당사자 통지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돼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수사기관이 통신이용자 정보를 제공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 이내에 조회 주요 내용과 사용 목적, 정보를 제공받은 자, 날짜를 당사자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런 문자 메시지가 급증하자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경찰에 대한 불신까지 조장되고 있다. 문자 메시지 내용도 황당한 데다 구체적인 사안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슨 사건과 연관돼 있는지 문의해도 경찰이 철저히 함구하기 때문에 시민들은 자신이 중요 사건에 연루된 것이 아닌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불편한’ 현상은 경찰도 마찬가지다. 경찰도 문자를 보내는 비용과 시간 등을 별도로 내야하고 불안감을 호소하는 항의성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경찰관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난 뒤 항의 전화나 관련 문의로 정상 업무에 지장이 많다고 토로했다. 한술 더 떠 경찰의 문자폭탄은 일반 시민뿐 아니라 경찰들에게까지 보내지고 있다.
현직 경찰관 A(55) 씨는 "나도 두 번인가 받아서 의아했지만, 알 방법은 없었다"며 "안 그래도 형사기동대와 보이스피싱팀 때문에 조직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업무로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어 자괴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의 불쾌감이 커지고 있는 게 문제다. 문자를 받은 이들은 하나같이 "그간 얼마나 많은 사찰을 했길래 이런 걸 대수롭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인가"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대세를 이룬다. 또 "휴대전화 주인 이름과 전화번호만 확인한다는 게 말이 되냐. 개인정보 등이라는 문구에서 '등'이 뭔지도 알려주지 않는 것이 무슨 별것 아니냐?"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 퇴직 경찰관은 "최소한 사전에 대대적인 홍보를 하거나 문자 메시지와 함께 법 개정 등을 안내했으면 이 정도까지는 욕을 먹지 않을 것"이라며 "누가 받아도 기분이 좋지 않고 경찰의 대응도 찜찜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시민단체도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신종 피싱과 같은 이런 사례는 마치 범죄단체의 시나리오를 써주는 것밖에 안 된다"며 "피싱을 척결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피싱과 같은 수법을 쓰고 있다고 해도 할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수사와 예방을 위한 일환으로 시민들을 사찰하는 일은 절대 없다"며 "항의 전화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지만 정중한 응대와 법 개정 등의 설명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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