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청도군청의 불통과 '태무심'…군민들은 악성 민원인으로 전락

[더팩트ㅣ대구=김민규 기자] "우리 같은 사람들 이야기는 들어주지도 않아요."

경북 청도군청을 찾는 이들에게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5만 명이 채 되지 않는 군민 중 군청을 찾는 이들은 소수임에도 이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 '불통'이다.

청도군의 한 대형 공사 현장에서 막무가내식 공사를 한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았다. 현장은 경계 침범에다 여러 가지 안전 문제까지 불거졌지만 청도군에서는 여태 단 한 번도 행정처분이나 시정조치를 하지 않았다. 기사가 두어 차례 나가자 그제야 현장 확인을 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한 어르신은 자신의 부지에 청도군이 무단으로 공사를 했다며 제보했다. 현장은 어르신 말대로였다. 청도군에 확인한 결과 행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양측의 주장은 틀린 게 없었지만 어르신은 이런 설명을 들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기자가 어르신에게 적법 절차를 거치고 행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한다고 대신 전하자 어르신은 수긍했다.

결국 이들의 민원은 청도군 출입 기자가 해결한 셈이 됐다. 청도군 입장에서 이들은 '악성 민원인'이었던 것일까. 무작정 민원을 넣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아이들로 보였을까. 이들이 하나 같이 '민원을 넣어도 소식이 없다'고 하던 말이 쉽게 이해가 됐다.

규정과 법령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군청 직원들에게 민원은 그저 귀찮은 업무, 내 부서 일이 아니길 바라는 업무에 지나지 않겠지만 청도군민들에게는 생업과 일상에 직결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민원을 받았을 때는 민원인들에게 처리결과를 통보해 줘야 한다'는 규정은 청도군민들에게 먼 나라 이야기였다.

악성 민원인 낙인은 세대도 뛰어넘는다. 민원을 제기한 쪽이 젊은 사람들이나 이치에 밝은 이들의 경우 이런 사안에 대해 관련 규정을 대며 따지고 들 수 있다. 심하면 직무 유기까지 언급하며 몰아붙일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청도군에서는 단지 악성 민원인으로 분류될 뿐이다.

자신을 찍어준 군민이 악성 민원인으로 전락하는 것을 보고 있는 김하수 청도군수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최근 전국적 이슈가 된 '조각상 사기 구매' 사건에서부터 민원 외면에 이르기까지 사소한 행정 처리나 정책적 문제로 받는 비난의 종착역은 군수이다. 하물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칭찬보다는 욕을 더 많이 먹는 게 군수 자리이기는 하지만 지금 청도군수의 위상은 군수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추락해 있다는 게 군청 안팎의 공통된 견해다.

정당한 민원인이 악성 민원인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을수록 군수가 안하무인이거나 공무원들이 군수의 귀와 눈을 막은 것으로 군민은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심은 천심이요. 권력의 원천은 백성에게 있다.'

맹자의 말이다. '불통 군청' 때문에 군수에 대한 군민들의 불만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군은 민심에 맞서듯 매일 군수의 치적과 행정 우수사례 보도를 쏟아낸다. 불만의 목소리를 홍보 자료로 묻어버리려는 모양새다. 동서고금 민심을 무시하고 살아남은 리더는 없다. 맹자는 백성의 절박한 사정을 외면한 군주의 말로를 '백성으로부터 버림당한다'고 기록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주를 버리는 것은 전제군주 시절보다 훨씬 더 쉽다. 요즘 백성에게는 총알보다 강하다는 '투표'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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