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반도 긴장 속 北 개풍군 보니…엄마 손 잡은 북한 어린이·밭 일구는 농부


김포 애기봉에서 바라본 북녘 땅은 '한적'
대북전단·오물풍선 대치 찾아볼 수 없어

지난 5일 김포 애기봉생태평화공원 조강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멀리 산 중턱에서 밭을 일구는 농부가 보인다./유명식 기자

[더팩트ㅣ김포=유명식 기자] 지난 5일 오후 2시쯤 경기 김포시 애기봉 조강(祖江)전망대.

한강과 임진강이 합쳐져 흐른다는 조강 건너로 북한 개풍군 선전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멀리 개성 천마산과 송악산 능선 일부도 보였다.

불과 1.4㎞ 눈앞에 펼쳐진 북녘 땅은 평화롭기만 했다.

전망대 위에 놓은 망원경은 좀 더 가깝게 동포들의 일상을 그대로 머금어 담아냈다.

모내기를 마친 논에는 초록빛 가득한 벼가 자리를 잡아 벌써부터 보는 이들의 마음을 풍성하게 했다. 마을 뒤편 야트막한 산중턱에서는 습한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홀로 밭을 일구는 농부의 손놀림이 흐릿하게 보였다.

웃통 벗은 농부는 쉴 새 없이 농기구를 내리 찍어 밭갈이를 하는 모습이었다.

곧게 뻗은 나무들 사이로 난 넓은 황토색 길에는 차량이나 인적이 드물었다.

한참을 내다보고서야 엄마 손에 이끌려 걸음을 재촉하는 어린아이가 호기심어린 눈길을 잡아당겼다.

하얀색 웃옷을 입은 아이는 연신 엄마를 올려다보며 무언가를 재잘대는 듯 했다.

가족들과 함께 전망대에 들렀다는 김모(65)씨는 "군 생활 때 위문공연이 생각 나 방문했다"며 회상에 잠기는 모습이었다.

손자 손녀와 찾은 어르신 부부도 눈에 띄었다. 손자는 "북한 땅과 사람들이 보여 신기했다"며 웃었다.

지난 5일 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조강전망대에서 바라다본 북한 개풍군./유명식 기자

이곳 애기봉 조강전망대가 있는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2021년 7월 문을 열었다.

경기도와 김포시는 394억 원을 투입해 김포 월곶면 조강리, 하성면 가금리 애기봉 인근 4만 9500㎡에 조성했다. 연면적 2215㎡,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조강전망대와 연면적 4404㎡,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전시관 등을 갖췄다.

전시관에서 흔들다리(112m)를 거쳐 생태탐방로 800m를 걸어 올라가면 조강 건너편에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한 북녘 땅이 자연스레 탄성을 내뱉게 한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인 애기봉생태공원은 해병대 2사단이 관리 중이다.

매표소에서 신분증을 확인한 뒤 3000원 안팎인 입장권을 구입하면, 검문소를 지나 차량으로도 손쉽게 이동 가능했다.

북한 개풍군 선전마을에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붉은 색 바탕의 홍보물이 애기봉 조강전망대 망원경을 통해 선명하게 보인다. /유명식 기자

최근 긴장감이 높아진 한반도 정세에 입장을 제한할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였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분변가루 등이 담긴 오물 풍선을 수차례 날리고, 우리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맞대응에 나서면서 싸늘해진 남북관계를 오히려 최전방에서는 느낄 수 없는 셈이다.

북한은 보수단체의 대북전단에 대한 맞대응으로 지난 5월 28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오물풍선을 살포, 경기지역 일대에서 차량 유리파손 등 주민피해가 잇따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남북 긴장을 불러온 대북전단 살포 등이 도민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보고 지난달 20일과 21일 자유운동연합과 국민계몽운동본부를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각각 수사의뢰하기도 했다.

조강전망대를 오르던 길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방송을 보면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날 것 같았는데, 북한 땅을 보니 신기하다가 마음이 어째 뜨끈해졌다"며 "요즘 같은 시대에 서로 왕래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 5일 김포 애기봉생태평공원 조강전망에서 본 북한 개풍군 선전마을./유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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