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감사관, 공무원 수사의뢰 해놓고 뒤늦게 고발사유 위법 조사


통상적인 절차 무시한 감사관의 직권남용

안산시 감사관의 감사와 고발이 직권남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안산시

[더팩트ㅣ안산=이상엽 기자] 경기 안산시가 이민근 시장 취임 이후 전임시장 시절 이뤄진 공유재산 매입에 의혹이 있다며 내부 직원들을 고발하면서 면밀히 조사하지도 않은 사유들을 고발장에 적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직원들이 토지의 불법훼손을 알고도 매입했다 주장했으나, 정작 해당 부지의 농지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는 경찰 수사 뒤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절차가 뒤바뀐 셈인데, 직권을 남용한 ‘타깃’ 감사와 고발이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23일 <더팩트>의 취재를 종합하면 안산시 감사관은 전임 시장 재임 때 ‘다목적 연수원 공유재산’ 취득 업무를 허술하게 해 시에 손해를 끼쳤다며 공무원 3명 등에 대해 직권남용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지난해 1월 경찰에 고발했으나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시는 2021년 11월 단원구 대부동동 토지 등 1만 3516㎡를 40억 7000여만 원에 매입해 연수원과 생태교육장 등으로 사용하려 했으나 2022년 7월 이민근 시장이 취임한 뒤 돌연 감사에 착수, 공무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불법 훼손 등의 사실을 알고서도 땅을 매입한 데다 계약서까지 잘못 써 원상 복구비 3억여 원을 떠안게 생겼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수개월 여 뒤 경찰은 피고발인들에게 혐의가 없다고 통보했다. 공직자들이 불법 훼손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을 뿐더러 계약서에도 하자도 없다는 법률적 결론이었다.

시 감사관은 공무원들이 무혐의 처분되자, 같은 해 7월쯤에서야 해당 부지의 농지법 위반 여부를 조사했다고 한다. 공직사회 안팎에서 무리하게 직원들을 고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수세에 몰리면서 행정적 벌이라도 내려야 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 농지부서는 감사관의 1차 문의에 현 상태로는 농지법 등의 위반을 확증할 수 없다는 판단을 냈다. 해당 부지에 연못 등이 조성돼 있지만, 수경재배를 위해 쓰인 것이라면 불법이 아닐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감사관은 상급기관인 경기도에 질의, 불법행위의 구성요건 등을 확인해 농지부서에 재차 조사하도록 요구했고 농지부서도 인터넷 등에서 불법 근거를 수집, 그제야 불법으로 판단했다.

경기지역 한 변호사는 "감사 결과 그 행위의 위법성이 중대하고, 공직자 책임이 막중한 것으로 드러나면 사법절차를 밟는 통상적인 절차를 안산시가 완전히 거꾸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륵만 안산시 감사팀장은 "지방신문이 보도했고 구입동기가 의심스러워서 감사하고 고발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vv8300@tf.co.kr

본 신문은 지난 6월 18일부터 7월 21일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공무원 잡으려다 자기 꾀에 빠진 안산시 감사관’ 제목의 기사에서 ‘안산시 감사관이 직권을 남용하거나 피감사인을 회유하여 답변을 이끌어내고, 하자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됐다’ 등의 내용을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안산시는 "적법한 감사 절차를 거쳐 피감사인이 날인 및 간인한 문답서를 근거로 고발한 것이며, 성실의 의무 위반을 사유로 징계가 확정된 바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아울러 "관련자 조사개시 이전에 이미 원상복구를 위한 손해배상청구 기한이 도과했으며, 감사 과정에서 회유가 있었다는 보도는 피감사인의 주장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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