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구=김채은 기자]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경찰에 자수했던 50대 남성이 돌연 혐의를 전면 부인하자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도정원)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58) 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고 21일 밝혔다.
북한이탈주민(탈북자)인 A 씨는 지난 3월 30일 대구 달서구의 주거지에서 B(60대·여) 씨를 불러 함께 술을 마신 뒤 다음 날인 31일 새벽 1시 30분쯤 B 씨의 가슴과 복부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후 오전 7시쯤 A 씨는 경찰에 전화를 걸어 "내가 사람을 죽였다", "바람 펴서 죽였다"며 자수했다.
A 씨는 지난해 12월 30일 B 씨에 대한 스토킹 혐의로 신고를 당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B 씨의 처벌불원으로 형사 입건되지는 않았다. 경찰 수사 결과, A 씨는 B 씨가 다른 남성과 이야기하거나 자신이 B 씨에게 전화했을 때 통화 중이면 B 씨가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하고 앙심을 품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A 씨는 재판에서 "술을 마시고 일어나니 B 씨가 죽어있었고 사망에 관여한 바가 없다", "사건 당일 B 씨의 조카도 함께 있었다", "지난해 5월부터 교제를 시작했고 서로의 집에 한 달씩 번갈아 가며 살았다", "B 씨는 문란한 여성이었다" 등 B 씨를 모욕하는 말을 반복하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A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재판부가 유기징역을 선택할 경우 10년간 전자장치 부착과 보호관찰·준수사항 등을 명령해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휴대전화 기록과 생활 반응에 비추어 A 씨의 일방적인 관계로 보인다"며 "제3자가 살해 후 도주했다고 부인하지만, 당시 거동 수상자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살해 동기 등 진술이 수시로 번복되는 점, B 씨를 헐뜯는 말을 하며 반성하지 않는 점을 고려할 때 (A 씨가) 사회에 나왔을 때 재범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최후변론에서 "내 집에서 죽은 것은 미안하지만 내가 죽였으면 도주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tktf@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