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법 개정에도 늘어나는 우회전 교통사고…해결책은?


경기도·서울 등 우회전 알리미 도입 운영
경찰청, 규정 미비로 조기 도입에는 난색
부산시의회 "기술 도입해 시민 안전 보장"

우회전 및 보행자 충돌예측 시스템./시흥시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지난 3월 25일 오후 4시쯤 부산 기장군 정관읍 한 사거리에서 관광버스가 우회전하던 중 횡단보도 부근에 있던 자전거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자전거에 타고 있던 10대 A 군이 숨졌다.

#.지난 4월 16일 오전 9시 10분쯤 부산 부산진구 수정터널에서 레미콘 차량이 도시철도 가야역 방향 도로에서 우회전하던 도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60대 여성 B 씨를 치었다. 이 사고로 B 씨는 숨졌다.

#.지난해 3월 10일 오전 9시53분쯤 부산 사하구 동아대 승학캠퍼스 정문 앞에서 덤프트럭이 학교 쪽 오르막에서 우회전하려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C 씨를 치어 숨지게 했다.

교차로 등 장소에서 우회전을 하는 차량에 의한 보행자 교통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행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내용을 토대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지난해부터 시행됐다.

새로운 시행규칙을 보면, 운전자가 횡단보도나 교차로에 들어서기 직전에 전방 차량 신호등이 적색일 때는 무조건 일시정지해야 한다. 녹색일 때도 보행자가 있다면 반드시 일시정지한 뒤 보행이 끝나고 나서 운행해야 한다.

이처럼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장소에서는 해당 신호를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 새로운 시행규칙의 골자다.

하지만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시행한지 1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사고 예방 효과는 미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경찰청이 집계한 최근 5년 부산 지역 우회전 교통사고 발생 건수를 보면 2019년에는 352건 교통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360명이 부상을 입었다.

2020년에는 30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307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2021년에는 293건의 교통사고로 6명의 사망자와 29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2022년에는 305건의 교통사고로 8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311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2023년에는 32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 332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들 중 1명이 숨졌다.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2023년 1월 22일부터 시행됐으나 전년도인 2022년과 비교해 교통사고 건수는 18건, 사상자는 21건이 각각 더 늘었다.

특히 바깥출입이 제한적이었던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오히려 사상자가 조금씩 느는 추세다. 이를 감안하면 법 개정의 효과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부상자가 늘수록 사망자도 급증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사안의 심각성은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더욱이 지난해 보행자 보호 불이행 적발(436건)과 신호 위반(2만 2901건)은 전년도와 비교해 각각 172건(72%), 9426건(69%) 증가했다.

법 개정에도 사고 건수가 확 줄어들지 않고 위반 건수가 크게 늘어나자, 우회전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신기술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는 AI 우회전 알리미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서울과 인천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우회전 차량 주의 알리미를 도입했다.

그럼에도 경찰청은 국가 R&D 사업이나 시범사업으로 선정되더라도 규격화 등 별도의 검토가 필요해 당장 사업을 시행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우회전 차량 주의 알리미의 신속한 설치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 실제로 부산의 경우 이런 '제도의 벽'에 막혀 우회전 차량 주의 알리미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부산시의회가 팔을 걷어 붙였다. 부산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김재운 의원은 제321회 정례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규제 혁신을 통한 위험지역에 선재적으로 신기술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새로운 최첨단 안전대책을 현장에 효과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부산시는 경찰청과 협의해 현장에서의 테스트와 적용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와 부산시민의 안전은 고민하고 생각만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결코 아니다"며 "단 하루라도 빨리 신기술을 도입해 우리 부산시민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최선이다. 따라서 부산시는 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로 부산경찰청과 협의해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hcmedia@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