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잡으려다 자기 꾀에 빠진 안산시 감사관


불법 훼손 알고도 땅 샀다며 공무원들 감사
하자담보책임 기한 상실…행정력 낭비 초래

안산시 감사관이 전임 시장 시절 공유재산 매입 과정의 트집을 잡으려다 행정력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안산시

[더팩트ㅣ안산=이상엽 기자] 경기 안산시가 이민근 시장 취임 이후 전임 시장 때 공유재산 매입 과정의 트집을 잡으려다 되레 자기 꾀에 빠져 매도자에게 손해 배상 청구를 못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들이 마치 훼손이 심각한 맹지를 알면서도 고가에 매입한 것처럼 꾸미려다 보니 하자 책임을 법이 정한 기한 내 물을 수 없게 된 것이다.

18일 <더팩트>의 취재를 종합하면 김운학 안산시 감사관은 전임 시장 재임 때 ‘다목적 연수원 공유재산’ 취득 업무를 허술하게 해 시에 손해를 끼쳤다며 공무원 3명 등에 대해 직권남용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지난해 1월 경찰에 고발했으나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시는 2021년 11월 단원구 대부동동 토지 등 1만 3516㎡를 40억 7000여만 원에 매입해 연수원, 갯벌 체험 등 생태교육장으로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2022년 7월 이민근 시장이 취임한 뒤 돌연 감사에 착수, 불법 훼손 등의 사실을 알고서도 땅을 매입한 데다 계약서까지 잘못 써 원상 복구비 3억여 원을 떠안게 생겼다며 당시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수개월 여 뒤 공무원들은 혐의가 없다는 경찰의 판단이 나왔다.

감정평가사와 매도인 등 관련자 진술을 종합하면, 공직자들이 불법 훼손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을뿐더러 계약서도 불법 훼손 행위를 면책시켜 준다는 내용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는 사이 정작 민법이 정한 하자담보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기한은 지나고 말았다.

민법 580조 등은 매매 목적물에 불법 사항 등 하자가 있으면 그것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매도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고지 의무 위반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기한을 놓쳐버린 안산시는 뒤늦게 농지법 등 개별법을 근거로 불법 행위자에게 책임을 묻는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매도인은 이에 반발해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다툼 끝에 일부는 원상회복 명령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다.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산지 훼손 행위자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산지관리법 위반 행위에 대한 원상회복 명령은 취소했다.

경기지역의 한 변호사는 "안산시 감사관이 공무원을 잡으려다 보니 감사 기간 매입한 땅의 불법 훼손된 사실을 알고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된 것"이라며 "매도인에게 하자담보책임을 물으면 공무원들은 죄가 없게 되는 모순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김운학 안산시 감사관은 안산시의회에서 이와 관련한 질의에 "사실 감사 과정에서 그런 문제들에 대해 검토하고 따져본 것은 아니다"고 실토했다.

vv8300@tf.co.kr

본 신문은 지난 6월 18일부터 7월 21일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공무원 잡으려다 자기 꾀에 빠진 안산시 감사관’ 제목의 기사에서 ‘안산시 감사관이 직권을 남용하거나 피감사인을 회유하여 답변을 이끌어내고, 하자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됐다’ 등의 내용을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안산시는 "적법한 감사 절차를 거쳐 피감사인이 날인 및 간인한 문답서를 근거로 고발한 것이며, 성실의 의무 위반을 사유로 징계가 확정된 바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아울러 "관련자 조사개시 이전에 이미 원상복구를 위한 손해배상청구 기한이 도과했으며, 감사 과정에서 회유가 있었다는 보도는 피감사인의 주장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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