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경주=최대억 기자] 경북 경주시 상당수 공무원이 곧 치러질 후반기 경주시의회 의장단 선거 직전에 특정 후보를 ‘멋진 시의원’으로 선발하면서 의장단 선거에 노골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또 ‘멋진 시의원’ 선정을 위한 채점 기준에는 ‘시정질문’과 ‘5분 자유발언’ 등 의정활동 항목과는 전혀 무관한 형태로 ‘긍정적’ 또는 ‘부정적’ 의원 이름 등을 모바일 문자로 써 평가토록 해 의원 간 갈등 관계를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주시지부는 매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멋진 시의원’을 선정하고 있다.
올해 설문조사는 지난 5월 3일부터 6월 3일까지 한 달간 총 408명의 공무원이 모바일 문자 조사(주관식 응답방식)에 참여한 결과, 이동협 부의장이 1위로 선정돼 오는 24일 ‘제11회 경주시 멋진 간부공무원 및 시의원 선발’ 시상식에서 인증패를 받게 됐다.
이 부의장은 지방선거로 ‘멋진 시의원’을 선발하지 않은 2022년도를 제외한 제7회(2020년 5월), 제8회(2021년 4월), 제10회(2023년 6월 초)에 이어 이번까지 4회 연속 멋진 의원이 됐다.
이 시상식은 얼핏 외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올해는 이전과 달리 제9대 경주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 시기(28일)와 맞물린 시점에서 진행됐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후반기 의장 후보로 나올 이 부의장이 ‘멋진 시의원’으로 사전 발표된 만큼 일찌감치 주목받으면서 시청과 시의회 내부에서는 "공무원이 의장단 선거운동원이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 공무원들은 일부 공무원의 개입에 대해 불만이 있지만 표출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팩트>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일부 직원들의 의장단 선거 개입이 노골화되지만 문제제기 시 보복을 우려해 입을 닫고 있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직자는 "시의원의 권한은 집행부에 대한 조사·감사권, 지적, 대안 제시 등의결권을 하도록 법령으로 명시해 놓았는데 의원들 손발을 자르기 위한 이런 부끄러운 상을 축하해야 하는 시의회의 추락현장을 보고 있다"며 "의회 의장선거에 관여하려는 공무원 노조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특히 ‘멋진 시의원’ 평가에서는 ‘시정질문’과 ‘5분 자유발언’ 등 의회 본연의 역할인 집행기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그리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시민의 뜻을 시정에 반영하기 위한 의정활동 성과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제9대 전반기 경주시의회 의정활동을 분석한 결과, 5분 발언 횟수가 가장 활발한 의원은 이강희(6건), 한순희(6건), 최재필(5건), 김소현(3건) 의원 등 순으로 집계됐다.
시정질문에서는 이강희(3건), 한순희(3건) 의원이 정책대안을 가장 많이 제시했다.
반면 ‘멋진 시의원’으로 선정된 이 부의장은 본회의 때 시장과 공무원들에게 단 한 건도 관련 발의를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경주시청 노조 관계자는 이 부의장 선정 이유에 대해 "(공무원들이) 업무상 경험을 통해 평가가 내려진 것"이라며 "인증패 전달을 의장단 선거 시기에 염두에 둔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좋은 분, 또는 Worst(최악) 이름과 내용을 주관식으로 써서 득표 순위를 매겨 선정하게 된다"며 "특별히 평가 항목을 만들어 점수를 매기는 것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주시청 노조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멋진 시의원’ 인증 과정엔 사실상 객관성을 보장한 타당성 있는 평가항목 지표가 없다. 또 시장과 집행부가 추진 중인 주요 사업들에 대해 문제점과 개선을 촉구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멋진 시의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경주시 발전을 위해 질의와 대안 제시로 주요 현안을 예리하게 파고들거나 시정견제에 활발하면 공무원을 괴롭히는 ‘나쁜 시의원’이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행안부 관계자는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에게 상을 수여하는 형태는 외부에서 봤을 때 적절치 못하고 행정 신뢰에 문제 소지가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선거 영향력 행사와 관련해 경북도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의회 의장단 선거는 공직선거법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판단하기 어렵지만, 향후 진행될 지방선거에서 공무원이 해당 의원의 선거 영향에 미치는 행위를 이후에도 한다면 지금의 의장단 선거 직전에 이뤄진 업적 홍보 등 여러 행위가 선거법 위반과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는 있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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