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 뛰는 한 기초의원, 밤마다 운전대를 잡는 이유


20여 년 택시경력 서대식 군위군의원
낮에는 군의원으로 주민 대변, 저녁에는 택시운전사로 민심 청취

서대식 대구시 군위군의회 부의장이 저녁이면 몰고 다니는 택시 앞에서 엄지를 치켜들고 포즈를 취했다./군위=김민규 기자

[더팩트ㅣ대구=김민규 기자] "택시운전만큼 군의원 활동에 밑거름이 되는건 없죠."

서대식(49) 대구시 군위군 부의장의 직업은 두 개다. 20여년 간 본업으로 이어왔던 택시기사, 또 하나는 군의원이다. 그는 지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택시를 몰며 민원 청취를 하겠다'는 공약을 걸고 당선됐다. 정치사 이래 손꼽히는 이색 경력직 기초의원이다.

그는 오후 6시가 되면 택시기사로 변해 자정까지 군위를 구석구석 흝는다. 군위 지리가 훤한 까닭에 만나는 주민은 물론 면이나 읍단위 소식도 가장 빠른 소식통이라고 불린다. 자신의 지역구뿐만 아니라 군위군 전체의 민원까지 그에게 가장 먼저 들어오기 마련이다.

서 의원은 "많이 다닌만큼 민심은 물론 군민들이 원하는 것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 택시운전 중 접한 민원, 전국 이슈가 된 사연

그는 올초 의회 5분 발언을 통해 효령면 석산개발과 관련, 심각한 자연파괴와 이로 인한 주민들이 받는 피해에 대해 읍소했다. 그의 택시를 탄 효령면 주민이 군의원인 것을 알아보고 성토한 것이 시작이었다. 시골지역 한켠에 뭍여질 뻔했던 피해가 수면위로 떠올랐고 전국적인 이슈가 되는 바람에 주민들도 공동대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지금까지 주민들이 석산업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조언을 이어주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아스콘 공장이 허가건을 두고 인근 주민들의 여론을 수렴,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장보다 더 마을 상황을 잘하는 군의원"이라며 "주민보다 더 주민 입장을 밝혀주는 데다 빠릿빠릿한 의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택시 20년 경력, 군의원이 될 수 있었던 밑거름이죠'

그는 군위군에 대해 여느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했다. 지리는 물론 사람들까지 두루두루 알기 때문에 지역의 특색은 물론 이슈까지 섭렵하고 있다.

군의원 선거를 치를 때도 유세차는 자신의 모는 택시였다. 기동성이 뛰어난 것은 물론, 군위군 관내 지름길을 모두 꿰고 있는 까닭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으로 유권자를 찾아다녔다.

정치적 기반없이 신인으로 갑자기 뛰어든 탓에 변변한 선거운동도 제대로 못한 상황에서 치줬지만 남들보다 더 많은 유권자를 찾아다녔다. 그 결과 6명 중 3명까지 당선되는 경합에서 2위를 거머쥐었다.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데다 공천을 준 이조차 당선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의 일과는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이어진다. 두 가지 직업을 갖고 있는 만큼 어느 한가지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게다가 부의장을 맡은 후부터는 더 일정이 빠듯해졌다. 나름 지역구를 열심히 챙기지만 부의장을 맡은 후부터는 '소원해졌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빡빡한 의회 일정상 의장이 참석하지 못하는 행사장에 '대타'로 달려가야 하는 까닭이다. 그런 일이 많아질수록 그의 택시는 지역구로 더 출몰한다. '택시를 몰며 민원 청취를 하겠다'는 공약 이행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지만 택시 운전도 '의정활동의 풀뿌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서 부의장은 "군위가 편입을 기반으로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등 변화과 개혁을 앞두고 있는만큼 기초의원의 역할이 크다"면서 "군위가 비약할수록 더 많은 활동으로 보고 듣는 것은 게을리 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투잡을 한다는 말이 있지만 주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데 이만한 투잡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하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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