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29일 성명을 내고 "(제3자 변제 실무를 맡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배상금을 지급할 재원이 부족하다는 실토가 나왔다"며 "명분도, 사법 정의도 없는 제3자 변제 방식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또한 "정부는 법리에도 어긋나고 기금도 바닥난 제3자 변제 방침을 지금이라도 접어야 한다"며 "강제동원 문제의 유일한 해법은 지금이라도 법원 판결대로 일본 피고 기업이 사죄하고 배상을 이행하는 것뿐이다"고 주장했다.
앞서 심규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 이사장은 최근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강제 징용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추가 승소자들 90% 이상이 제3자 변제에 대한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려면 약 120억 원이 더 필요한데, 재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고 실토했다.
심 이사장은 "제3자 변제가 갈림길에 들어선 것 같아 걱정이다. 해법의 성공을 위해 한·일 기업의 참여가 정말로 절실한 상황"이라며 기부금 출연을 호소했다.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에 따라 실무 일을 떠안게 된 재단 이사장이 1년여가 지난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현재 상황을 실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소위 제3자 변제 방침을 발표하면서 "현재 계류 중인 강제징용 관련 다른 소송에서도 원고가 승소하면 같은 방식으로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발표대로 2023년 12월~2024년 1월 사이 추가로 늘어난 9개 사건, 52명(피해자 기준)의 승소 확정자들에 대한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려면 최소 120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재단에 따르면 남은 돈은 3억 원에 불과하다. 판결금 지급 절차 개시는 엄두조차 못 낼 처지에 놓여 있으며, 시간이 지체될수록 지연이자가 불어나기 때문에 더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사실상 제3자 변제가 파산 선고를 맞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정부의 제3자 변제는 판결금 수령을 거부하는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탁 신청이 전국 각급 법원에서 기각되며 사법부에 의해 ‘퇴짜’를 맞은 상황에 놓여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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