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태안군, 국방과학연구소 무인기 활주로 사업 가능할까? 


가세로 태안군수 "나는 허수아비 아냐" 사업 추진 '빨간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협업 업체들 산업단지 이루게 된다"

23일 안면읍 행정복지센터 주민설명회에 무인기 활주로 사업에 참여 중인 업체 관계자가 참석한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이수홍 기자

[더팩트ㅣ서산=이수홍 기자]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충남 태안군에 구축하려고 계획 중인 미래항공연구센터와 관련한 지역 주민들의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래항공연구센터 구축은 당초 '무인기 활주로 사업'이란 이름으로 시작됐지만 그동안 세 차례 변경을 통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등 사업의 명칭을 두고서도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불신을 자초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설명회…궁금증 해소됐나?

23일 태안군은 안면읍 행정복지센터 대강당에서 안면읍, 고남면 주민 150여 명을 상대로 주민설명회 자리를 마련했다. 전날에는 태안문화예술회관에서도 300여 명의 주민들이 참석 가운데 주민설명회를 가졌다.

이번 주민설명회는 태안군이 국방과학연구소 측에 요청해 이뤄졌다. 그동안 3차례 사업 명칭 변경 등으로 인해 사업 실체에 대한 주민들의 궁금증이 커졌기 때문이다.

가세로 태안군수는 23일 설명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면서 "군수는 허수아비가 아니다"면서 "여러분들의 뜻에 반하는 일을 하는 군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인기 활주로 사업' 추진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가 군수는 "3600명의 고용 창출 등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애드벌룬 현혹 등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정확하게 연관 기업들이 유치되는 규모와 경제 효과, 세수 증대가 얼마나 일어날지 예측이 가능한 정도의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MOU 체결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충남도 관계자는 "기업 유치 등은 지자체가 할 일로 센터가 태안에 자리 잡으면 태안군이 협력해 무인기 활주로 사업 연관 기업들을 유치해 산단을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차례 사업 명칭 변경과 관련해 국방과학연구소 측은 이날 "사업 명칭을 순화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며 사과했다. 결국 주민들이 사업 실체에 대한 의구심을 품도록 자초한 셈이다.

미래항공연구센터 유치추진위원회가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주민들이 서명한 서류를 전달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유치추진위

◇유치추진위원회, 2만 517명 주민 서명 국방과학연구소·기재부에 전달

현재 30여 명의 태안군 주민들로 구성된 미래항공연구개발센터 유치추진위원회(위원장 진태구 전 태안군수)는 지난 2월 5일 공식 출범해 활동 중이다.

유치추진위는 인구절벽 위기를 맞고 있는 태안군에 미래항공연구개발센터를 유치해 연관 산업 대기업들이 태안군에 둥지를 틀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총선 기간부터 주민들의 유치 찬성 서명을 받아 지난 14일 국방과학연구소와 기재부 등에 2만 517명의 서명부를 전달했다.

이처럼 유치추진위의 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민설명회를 두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이라는 비판도 있다.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유치추진위 소속 주민들 외 대다수 주민들은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결국 미래항공연구센터와 관련한 지역 주민들의 찬반 여론이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태안군의 미래를 위해 대토론회가 필요하다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가세로 태안군수를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에 참석시키지 않은 데 대해 뿔난 태안군 주민들이 지난 3월 12일 태안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판했다. / 이수홍 기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26일 서산 20전투비행단에서 열린 충남편 민생토론회에서 태안 기업도시에 무인항공기 활주로 사업을 지원해 달라는 국방과학연구소 측의 요청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때 서산 비행장 주변의 많은 군사보호구역이 해제됐다. 경기도 평택 일원도 군사보호구역이 해제됐다.

반면, 태안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 주변 군사보호구역은 그대로 존치됐다.

민선8기 재선에 성공한 가세로 태안군수가 역점으로 추진하는 해상풍력 사업도 군사보호구역의 존치는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통령 민생토론장에는 서산시장, 당진시장 등 인접 자치단체장들은 참석했지만 정작 사업의 당사자 격인 가세로 태안군수는 참석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지역에서는 '의도적 패싱'이란 여론이 제기됐다. 민주당 출신 군수라는 이유로 주최 측이 의도적으로 참석을 제한했다는 비판 여론이 컸다.

지난 총선 기간에도 미래항공연구개발센터 문제는 지역 내 '뜨거운 감자'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 간 충돌도 있었다.

한쪽에선 대한항공, 한화, LIG, KAI 등 30여 개의 대기업들이 들어오게 되면 태안은 '약속의 땅'이 된다는 꿈에 부푼 말들이 쏟아냈다. 인구절벽 위기를 맞은 태안군에 고용 창출 등은 인구 증가가 될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쪽에선 미래항공연구개발센터이지만 사실상 무인기 활주로가 전부라면서 군사보호구역 확대와 소음피해 등 태안군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조건이 보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면읍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최승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과장은 "사천에 KAI가 내려갔을 때 300여 개의 연관 기업들이 따라왔다"며 "무인기 활주로 사업은 혐오시설이 아니라 미래 사업이다"고 강조했다.

이광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장은 "무인기 활주로 사업은 태안군의 미래 사업이 될 수 있다"며 "활주로가 있어야 무인기 동체도 만들고 프로펠러도 만든다. 활주로 인접한 곳에 그런 업체와 공장들이 산업단지를 이루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우섭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원장은 "전남 고흥, 논산 등지 원거리 활주로 시험을 위해선 로스 부담도 크지만 태안에 자체 활주로 사업장 구축이 되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면서 "지역에 연관 기업들이 입주하게 되면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치추진위 소속 주민 외 다른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크게 귀담아듣지 않았다. 되레 고개를 저었다.

무인기 개발연구센터에 상주하는 인력의 규모를 묻는 질문에 오우섭 원장은 "100여 명 수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우려했다. 미래항공연구센터 직원 가족들이 과연 실제로 태안에 둥지를 틀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주말이 되면 태안을 비우는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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