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의 왜들 그러시죠?] 5‧18 진상규명 조사위 '맹탕 결과'는 예견된 사태


발포책임‧암매장 등 영원한 미제로 결론
광주 시민사회 “4년 동안 뭐했나” 비판

지난 1월 5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송선태 위원장과 위원들이 국립5.18민주묘지를 신년참배하고 있다./조사위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4년여의 활동을 마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가 그 결과를 발표했지만 ‘맹탕’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인 광주 시민들은 ‘그동안 도대체 한 게 뭐 있느냐’며 거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5·18 진압 당시 실질적인 지휘체계, 발포 명령 체계를 조사하고, 광주 현지에서의 민간인 살상, 상해, 성폭력 등과 같은 인권침해 사건을 밝히며, 암매장과 행방불명자를 찾는데 주력하고자한다."

조사위 홈페이지에 올린 송선태 위원장의 인사말 첫 문장이다. 민간인 살상 발포 책임자, 암매장과 행불자 관련 진상규명이 핵심 과제였음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 발표를 보면 조사위 출범 전부터 제기됐던 그 같은 의혹 규명에 한걸음도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더욱 큰 문제는 조사위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부실한 결과 발표에 따라 발포책임자 규명‧암매장 실태 확인과 같은 국민적 의혹이 다시 들춰볼 수 없는 영원한 미제사건으로 공식화 돼버렸다는 점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조사업무 전문가들은 맹탕 조사결과는 예견된 사태였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특히 조사위 출범 단계에서부터 안고 있던 두 가지 맹점에 주목한다. 그 첫 번째는 가해자의 증언이 진상규명 성패의 키를 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에 대한 면책 조항이 법제화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행 법령상 살인죄는 공소시효가 없다. 2015년에 공소시효 폐기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그때까지 공소시효가 마무리되지 않은 살인죄 또한 공소시효 폐기 규정이 여전히 적용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간인 학살과 암매장과 같은 당시 자신의 범죄행위를 증언하는 것은 한마디로 생사의 결단이 요구되는 일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조사위원들의 전문성 부족이다. 조사위는 출범 당시 조사위원의 자격을 다음과 같이 소상하게 규정했다.

판사·검사·군법무관 또는 변호사의 직에 5년 이상 재직한 사람, 대학에서 역사고증·군사안보 관련 분야, 정치·행정·법 관련 분야, 또는 물리학·탄도학 등 자연과학 관련 분야 등의 교수·부교수 또는 조교수의 직에 5년 이상 재직한 사람, 법의학 전공자로서 관련 업무에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역사고증·사료편찬 등의 연구 활동에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국내외 인권분야 민간단체에서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등이다.

그러나 그 후 조사위원의 구성을 보면 이 같은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고 볼 수많은 없다. 조사 관련 인문연구나 인권분야 활동 인사들에 치우친 측면이 많다. 이들이 진상규명에 남다른 의지나 신념을 갖췄을지는 모르지만, 조사업무의 전문성이나 실천력을 신뢰할 수 있는 구성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조사위 구성이 정치적 접근에 치우쳤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 같은 우려는 ‘맹탕 결과’를 낳은 부실조사의 근본적인 동인이 된 셈이다.

진보진영 쪽의 조사위원들은 이 같은 시민사회의 비난에 대해 ‘전원심판위’ 라는 합의제 결정을 핑계거리로 내세우고 싶을 수도 있다. 자기중심적인 변명에 불과하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논쟁이 없고 다툼이 없는 진실규명이 세상 어디에 있는가. 그 방패를 뚫는 게 국민이 부여한 그들의 과업이었기 때문이다.

조사위, 특히 송선태 조사위원장은 국가폭력이 자행한 학살과 암매장이라는 참혹한 피해를 당하고도 그 가해의 실체가 끝내 규명되지 않음으로써 망연한 허탈에 빠진 광주 시민사회에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한다.

forthetrue@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