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 지방소멸대응기금 실제 쓴 돈 5.7%…집행액 ‘0원’도


시 단위 전국 기초단체 중 배분액 1위, 집행률은 최하위
영천시의회 "금시초문, 의회 차원서 강력하게 대응할 것"

경북 영천시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별 배분 및 집행 현황(2022년 9월 배정, 2023년 12월 31일 기준)./나라살림연구소

[더팩트ㅣ영천=최대억 기자] 경북 영천시는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 감소지역의 한 곳으로 분류돼 2년 연속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시 단위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배분액을 확보하고도 지난해(12월 말 기준) 기금 집행률은 고작 5.7% 수준으로, 전국 평균(37.6%)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영천시는 취지에 맞춰 돈 쓸 프로젝트를 만들어 놓고도 정작 쓴 돈은 ‘제로(0%)’인 사업도 있는 등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일자리 창출, 청년인구 유입, 생활인구 확대 등 다양한 인구활력 증진사업에 사용될 기금이다. 해마다 1조 원씩 10년간 지원된다.

21일 <더팩트>가 나라살림연구소의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액 사업별 집행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영천시는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배분받은 168억 원(2022년 72억 원+2023년 96억 원)의 정부 기금중 2022년도 배분금을 지난해 영천의 새로운 마중물인 될 4개 사업에 집행할 방침이었으나 실제로 지출한 금액은 5.67%(5억500여만 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앞서 2년 전 영천시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사업계획 수립 단계에서 수 차례에 걸친 행정안전부 및 경상북도 컨설팅을 통해 실현 가능한 사업목표와 방향성을 정립하고 지속적인 업무 협의를 거쳐 총 168억 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 2년치를 확보하는 등 3대 추진 전략 및 6개 사업을 도출했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벌였다.

이에 따라 영천시는 △산 속 ‘별마중’ 휴 스테이 조성 △신중년 워케이션 거점 ‘신중년놀이터’ 조성 △교류 촉진 거점 ‘휴먼뮤지엄’ 조성 △듀얼라이프 미래지향 플랫폼 구축 등 정부에 보고한 당초 6개 사업을 4개 사업으로 축소 변경해 지난해 우선 72억 원의 기금을 소진하는 형태로 사업을 추진했다. 2개 사업은 유사 및 중복성 등을 이유로 내부 수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영천시는 애초 기금 설계와는 달리 예산 집행 과정에서 산 속 ‘별마중’ 휴 스테이 조성 사업비 26억 원 예산을 배정받고도 집행률은 9.9%(2억5700만여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중년 워케이션 거점 ‘신중년놀이터’ 및 교류 촉진 거점 ‘휴먼뮤지엄’ 조성 사업도 각각 12억 원과 14억 원을 배분받았지만 집행률은 11.5%(2억 3000여만 원), 1,3%(1750여만 원)에 불과했다.

특히 듀얼라이프 미래지향 플랫폼 구축 사업은 집행률이 0%였다. 12억 원을 배분받았으나 아예 미집행하는 등 당시 지역 여건 분석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고 기금사업간 연계성을 확보하겠다고 정부와 경북도에 보고까지 했으나 돈을 제대로 쓰지 않고 쌓아둔 것으로 확인됐다.

정리하면 영천시는 일단 돈이 필요하다고 기금을 받아간 뒤 사업 추진 잔액(66억9400여만 원)과 2023년 배분액(96억 원)을 합쳐 162억 9400여만 원은 시 금고에 예치했다. 집행률은 전국 기초지자체와 비교해 31.9%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의회 운영 전반에 관한 업무를 맡아 합리적인 운영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핵심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영천시의회 운영위원회는 제외된 2개 사업은 물론 영천시의 이 같은 예산 운용 내용 전반에 대해 전혀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영천시의회 운영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금시초문이다"면서 "지방소멸대응기금 관련 사업별 배분 및 집행 현황에 대해 확인하고 시의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지방소멸 대응기금의 예산집행 결과보고와 향후 대응방안 및 예산을 지원한 단체·행사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방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영천시 관계자는 "하드웨어 사업이다 보니 행정절차가 필요해서 사업 진행이 늦을 뿐 정상적으로 설계 진행 중이다"면서 "올 초 시의회 상임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했다. 다만 용어도 어렵고 시비가 투입되는 사업이 아니라 정부 기금이다보니 집행부를 믿고 맡기는 분위기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지방소멸대응기금심의위원회를 설치, 재원 배분에 대한 심의를 하지만 최종 결정은 17개 시·도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조합 의결기구가 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사실상 기금을 배분받는 주체가 기금을 배분하는 주체가 된 상황"이라며 "투명한 정보공개와 이에 따른 통계, 이를 토대로한 정책 결정, 그리고 성과평가를 통한 정책 혁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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