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구=김채은 기자] 코로나19 이후 효도관광의 대표적 상품으로 떠오른 크루즈여행이 바가지 상술로 인해 어르신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부산을 출발해 일본 사카이미나토, 가나자와 등을 거쳐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4박 5일 크루즈 상품이 고가의 품격 여행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고객 응대는 물론 여행사와 운영선사와 소통에도 문제를 보여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들 부부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감사의 선물로 지난 14일 출항한 롯데관광 특별전세 크루즈에 탑승한 A 씨 부부는 여행 첫째 날과 둘째 날 거센 바람으로 인해 선상에만 머물다시피 했지만 그래도 뿌듯한 기분으로 보낼 수 있었다.
자식들이 낸 비용 289만 원이 너무 커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지만 크루즈에 오른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두둑이 받은 용돈으로 이들 부부가 선택한 옵션은 스파 마사지였다. 평생 처음으로 두 사람이 선택한 호화로운 프로그램의 이름은 선사인 Costa사가 직접 운영하는 ‘다이아먼드 패키지’였고 비용은 2인 598달러였다. 17일 매매기준율 기준으로 80만 8000원 정도 되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스파, 아로마테라피, 스톤마사지가 포함돼 그야말로 100분 동안 럭셔리한 편안함을 맛볼 수 있다는 기분에 A 씨는 16일 오후 예약을 하고 오후 8시 30분에 스파를 찾았다. 영어를 못했지만 마사지 받는데 영어가 필요할 것 같지 않아서 언어 장벽에 대한 걱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들어가자마자 머드 칠을 온몸에 한 후 30분 동안 가만히 누워있게 한 후 그다음 20분 정도는 머드를 씻어낸 후 아로마테라피란 이름 아래 몸에 오일을 바른 게 전부였다. 처음 이야기됐던 스파와 스톤마사지는 아예 하지도 않았고 시간도 100분의 절반인 50분으로 끝이었다.
A 씨는 너무나 어이가 없어 지배인에게 항의를 했고 지배인은 담당 직원이 실수로 프로그램을 빠트린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기 전에 다시 오면 못다 한 마사지를 해주겠다고 했다. 가뜩이나 짧은 여행 기간에 다시 마사지샵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A 씨가 롯데관광을 통해 환불을 요구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선사가 운영하는 거라서 환불은 어려울 것 같다"였다.
A 씨는 "영어가 어설픈 어르신들의 처지를 악용한 옵션 프로그램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국내 굴지의 여행사가 크루즈선사 핑계를 대며 옵션 프로그램을 나 몰라라 하는 건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롯데관광의 이런 무책임한 사례가 크루즈 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터넷상에는 롯데관광 상품을 이용했다가 어이 없는 일을 당했다는 사례가 적지 않다.
1인 200달러가 들어가는 선택관광을 하지 않으니까 버스에 에어컨을 끄고 다른 사람이 선택관광을 마칠 때까지 대기하라고 했다는 불만에다, 지난해는 롯데관광 패키지 여행 중 가이드가 폭언에 협박까지 해서 여행객이 현지 대사관에 SOS를 요청해 가까스로 귀국한 사례도 있었다.
A 씨는 "마사지 상품을 판매하는 선사와 롯데관광 둘 다 고객을 우습게 안다는 점이 돈을 날린 것보다 더 불쾌하다"며 "아이들이 기분좋게 보내준 효도관광을 이런 식으로 망치게 된 것은 금전적 손해 이상으로 나쁜 기억으로 남게 돼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관광 측에 해당 사례에 대한 입장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답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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