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역행하는 영천시 주민참여예산제…올해 사업 반영 '0건'


전년도 수용 1건·이권 개입 의심 등 미승인 6건 내역 공개 거부
장애인 등 사회적약자 참여보장 전무, 설문조사서 공무원 동원

영천시청 전경./영천시

[더팩트ㅣ영천=최대억 기자] 정부가 주민의 예산 참여 범위를 편성에서 예산 전체 과정으로 확대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개정한 지 6년이 지났지만 영천시민들은 아직도 직접적인 예산 집행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천시는 주민들이 예산 편성·집행·결산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개정된 지방재정법에 따른 조례 개정은 뒷전인 데다, 관련 위원회 의결을 전후해 예산안 원안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주민참여예산사업 예산 반영 규모를 공개하는 자료는 시민들이 육안으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별도의 시 홈페이지 메뉴에 일부 내용만 게재하거나 주민들 알권리 보장을 위해 실시하는 예산편성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상당수는 영천시 소속 공무원으로 파악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민참여예산위원회의 심의‧조정을 거친 각종 주민제안사업이 의회의 승인 과정에서 누락되는 행정 오류가 발생했는지 또는 이권 개입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 여부가 있는지, 설문 조사결과 신뢰도에 대해 시민들은 전혀 알 수 없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개정된 지방재정법은 주민이 기존 예산편성에만 참여하던 것에서 나아가 집행·결산 등 과정에까지 참여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이는 재정 집행의 투명성과 공공성 제고 및 주민의 책임성까지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영천지역은 여전히 주민들이 예산편성과정에만 참여하도록 제한된 정책 때문에 집행-결산-평가(환류)에서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권리와 책임은 사실상 외면받는 실정이다.

인근 경주시의 경우 지방재정법(제39조)과 동법 시행령(제46조) 개정에 따라 지난 2021년 운영조례에서 ‘지방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참여’가 ‘지방 예산편성 (등) 예산과정에 주민참여’로 변경됨에 따라 이를 운영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경주시는 위원 구성에 있어서도 ‘장애인’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있다.

반면 영천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에는 사회적약자에 대한 참여보장 조항이 전무하고 ‘특정 성 10분의 6 초과 금지’ 조항도 없는 등 경주시와 같은 조례 개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영천시는 2010년(5월 6일)에 정한 주민의 권리(제5조)인 ‘조례가 정한 범위 안에서 시의 예산편성과 관련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에서 시 행정의 관련 제도개선 체제는 멈췄다.

이러한 영천시에서는 올해 사업 진행에 반영하기 위해 지난해 7월~8월까지 주민 제안사업을 공모했지만 접수 실적은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영천시가 주민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실시한 해당 설문조사에선 304명이 투입돼 ‘(영천시의) 재정운영에 있어 47%가 적절하게 투자되고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부정적인 의견은 6%에 불과했다.

문제는 응답자 중 시 소속 공무원이 3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회사원(23%)과 농축산업(14%), 주부(11%) 응답자로 처리된 경우에도 사실상 대리 설문지를 작성해도 출처는 알 수 없도록 돼 있다.

정리하자면 영천시가 2024년 예산편성시 분야별로 제시된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대대적인 설문조사를 통해 중점투자 분야와 재정운영 방향을 수립하고 경북도에 업무 보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접수 실적은 단 한 건도 없어 전형적인 소극행정뿐 아니라 설문조사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영천시 관계자는 "설문조사에 영천시 본청 직원분들이 많이 응했고 읍면동 직원들도 주소지가 영천이다보니 많이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음에는 일반 주민들이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쓰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영천시의 불투명한 행정 처리구조는 주민들의 손으로 일부 예산의 쓰임이 직접 결정되는 사안인 만큼 주민 알권리가 보장된 전년도(2022년) 주민참여예산 접수 건수에 대해서도 비공개로 결정하고 취재진에게 정보공개청구권 행사를 요구하는 등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더팩트> 취재 결과 2023년 7월 24일부터 8월 31일까지 총 7건의 주민제안사업이 접수됐으며 영천시 일자리노사과 소관의 신규사업인 ‘최초 공간탐색 중인 청년과 동행서비스(예산 5000만 원)’ 1건을 제외한, 6건은 중복 사업 및 이권 개입으로 의심되는 사업 등의 이유로 채택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주민참여예산 안내 홈페이지에 주민참여예산과 관련한 진행 현황 공개를 꺼리고, 주민e참여(주민참여예산)에 무관심하는 등 적극행정을 위축시키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영천시 관계자는 "주민참여예산제도에 대해 아직은 미흡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다른 시군 사례를 참고해서 활성화 방법에 대해 수집하고 투명한 제도 활용방안에 대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천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지난해 9월에 위촉직 위원 임기만료에 따라 새롭게 구성돼 김재필 행정지원국장 등 당연직 7명과 외부인사 10명(이장, 통장, 주민자치위원, 초등학교 운영위원장, 언론인) 등 총 17명으로 구성돼 내년 9월 22일까지 2년간 활동하게 된다.

tktf@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