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인천= 김재경기자] 인하대병원이 운영하는 인천국제공항의료센터의 신호철 센터장이 에세이집 '공항으로 간 낭만 의사'를 발간했다.
국제공항 진료 현장에서 20여 년간 묵묵히 일해 온 의사가 그동안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을 책으로 써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조종사와 승무원 등 운항 관련 인력부터 환경미화원, 하역 노동자, 보안요원 등 공항의 여러 시설들과 시스템을 유지 관리하는 7만여 명의 근로자들이 상주한다.
여기에 공항터미널에 자리 잡은 노숙인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들뜬 여행객 사이에서 삶을 이어가는 일상의 터전이기도 하다.
인천국제공항의료센터는 여행객 외에 이들 공항 식구들 모두의 건강을 관리하는 의료기관인 셈이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비상 상황의 의료적 사태와 고도 10㎞ 상공에서 운항 중인 항공기 내의 발생 환자까지 관리한다.
"출퇴근하면서 이 구역을 지날 때마다 노숙인들을 유심히 보곤 한다. 전과 비교해 행동이나 움직임에 특별한 이상 징후가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공항에 살다시피 하는 노숙인들은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어차피 공항의료센터로 오게 된다. 그러니 나에겐 그들이 언젠가 진료실에서 만나게 될 예비 환자이기 때문이다."(200쪽, '보이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
오랜 세월 공항 사람들의 주치의 역할을 해 온 신호철 센터장은 이 책을 통해 공항을 받치는 사람들의 건강을 염려하고 노고를 응원하는 연대의 메시지를 보낸다.
이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다정하면서도 믿음직스럽다. 터미널 노숙인들까지도 예비 환자로 보고 건강 상태를 예의주시하는 의사로서의 철저한 직업정신과 그 자신이 치료약을 상복해야 하는 지병 환자로서 환자에 대해 갖게 된 공감과 동료의식, 그리고 스스로의 안일함을 수시로 깨닫고 부끄러워하며 고쳐나가 조금씩 더 나은 의사가 되고자 하는 진지한 인정 욕구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신호철 센터장은 "공항 의사로서 20년 경험은 이곳 공항이 어떤 사람에게는 삶의 종착지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 또한 알려줬고, 그것이 나의 부주의로부터 비롯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비장한 긴장감이 있다"며 "이 책은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내 가슴속에서 불러낸 공항 병원의 이야기이고, 쓰는 과정은 삶과 죽음, 일과 사랑, 그리고 의사의 길에 대한 수많은 질문과 대답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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