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구=김채은 기자] 자신이 스토킹 하던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경찰에 자수했던 5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도정원)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58) 씨에 대한 첫 재판을 진행했다고 13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3월 30일 주거지에서 B(60대·여) 씨를 불러 함께 술을 마신 뒤 다음 날인 31일 새벽 1시 30분쯤 B 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후 A 씨는 경찰에 자수했다.
A 씨는 지난해 12월 30일 B 씨에 대한 스토킹 혐의로 신고를 당한 전력이 있다. 당시 B 씨의 처벌불원으로 형사 입건되진 않았다. 경찰 수사 결과 A 씨는 B 씨가 다른 남성과 이야기하거나 자신이 B 씨에게 전화했을 때 통화 중이면 B 씨가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하고 앙심을 품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A 씨는 재판에서 "술을 마시고 일어나니 B 씨가 죽어있었고 사망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유족 측은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한편, B 씨의 딸 C 씨가 재판에 나와 고의적 살해를 주장했다.
C 씨에 따르면 B 씨는 오래전부터 A 씨로부터 스토킹을 당해왔고, 범행 며칠 전부터는 B 씨가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정신적 괴로움을 호소했다. 사건 전날 5시간에 걸쳐 11차례 A 씨와 통화한 기록이 있고, 범행 전날 밤 A 씨가 B 씨의 집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이 CCTV 영상에도 담겼다.
C 씨는 "A 씨가 우리 가족에게 해를 가할 것처럼 어머니를 협박해서 집으로 데려간 것이 아닌가 추정되며, A 씨의 휴대 전화에서 우리 가족 사진이 발견돼 보복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 씨가 범행을 부인함에 따라 다음 달 20일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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