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인천= 김재경기자] 제22대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1개월 여 앞두고 '영남당'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특히 총선에서 당선, 낙선 한 조직위원장들의 일관된 '영남당' 탈피 제안을 대통령실 및 현재의 당 지도부가 받아드릴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7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현재 자천타천으로 당 대표에 나경원 당선인, 원내대표에 이철규 의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 위기론'을 강조한 윤상현(인천·동구·미추홀구을) 의원을 비롯한 이번 총선서 당선, 낙선한 조직위원장들은 '영남당' 이미지를 탈피하고 수도권 중심의 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진 의원 '수도권 위기론'에 당 지도부 '승선 불가'
지난해 8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수도권 위기론을 강조했다.
당시 윤 의원은 TV 한 방송에서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정말 위기인데 당이 위기감을 못 느끼는 것이 진짜 위기"라고 말했다.
또 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수도권에 있는 조직(당협)위원장 의원들한테 물어보시라. 저하고 거의 같은 심정일 것"이라며 "그런데 이런 것에 대해 얘기를 하면 이상하게 받아들이고 위기라는 것에 대해서 본질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게 진짜 위기"라고 지적했다.
하태경 의원도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내년 총선은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인데 일부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30% 초반 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면 수도권에선 우리 당 후보는 몰살할 것이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에서 과반은 고사하고 120석도 불안한 상황이다. 수도권 위기론은 맞는 말이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도 "수도권은 심각한 위기"라며 "수도권 현역 의원 다수가 민주당 소속이다 보니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분을 우리가 후보로 내도 그들과 대항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당시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은 '수도권 위기론'을 꺼내들고 당의 변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친윤(친 윤석열)' 핵심인 이철규 사무총장은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멀쩡한 배에 구멍이나 내는 승객은 승선할 수 없다"는 말로 수도권 위기론을 일축한 뒤 "최근 의원들 몇 분이 방송 등에 나가 우리 당을 폄훼하고 조롱, 모욕했다. 우리 당원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어 이것을 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중진들의 '수도권 위기론' 주장에 대해 '승선 불가론'으로 맞불을 놨다.
◇'수도권 위기론' 22대 총선 결과로 드러나
지난해 윤상현 의원 등 당 중진들이 예견한 '수고권 위기론'은 현실이 됐다.
지난 4월 10일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수도권 성적을 보면 122개 선거구에서 19석(16%) 확보에 그쳤다.
서울 48개 지역구 중 11개, 인천 14개 중 2개, 경기도 60개 중에 6개 확보 등 처참한 성적을 보였다. 중진 의원들이 우려한 '수도권 위기론'이 선거 결과로 드러난 것이다.
◇수도권 당선인, '영남당' 탈피 요구...수도권 중심으로 당 개편돼야
이번 총선 수도권에서 당선된 당선인을 비롯한 다선 의원들은 6월 초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영남권 중심의 당 지도부에서 수도권 중심으로의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5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2대 총선이 남기 과제들 토론회에서 '영남 자민련'과 '수포당(수도권을 포기한 당)', '경포당(경기도를 포기한 당)', '사포당(40대를 포기한 당)'과 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재섭(서울 도봉갑) 당선인은 이날 "수도권 민심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중앙당에서 나오는 상황"이라며 "수도권 중심으로 당이 개편되고 수도권 낙선자들 목소리가 절대적으로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세대로 치면 고령층에만 지지를 받고, 지역으로는 수도권을 포기한 정당, '영남 자민련'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국민의힘은 '경포당'이 됐는데 경기도를 포기해서는 1당이고 다수당이고 아예 불가능하다"며 "국민의힘은 '사포당'이 됐는데, 40대 포기 전략이 아니라 40대 포위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병에서 낙선한 김종혁 조직부총장은 "대통령의 큰 정책이 문제라는 것보다 '대통령 스타일과 태도가 싫다', '대통령 부부 모습이 싫다'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며 "‘이재명, 조국씨 잘못한 것 알지만 그 사람들보다 대통령이 더 싫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길거리에서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및 당의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지도부에 나경원·이철규 부각
이같이 대통령실은 물론 당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당선, 낙선자들의 발언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모양새다.
늦어도 오는 6월 초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수도권 위기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수도권 당선인과 '찐윤(친 윤석열 대툥령)'인 이철규 의원이 당 대표와 원내대표 출마설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동해·태백·삼척·정선)가 지역구인 이철규 의원은 지난해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위기론'에 대해 "함께 항해하는데 노를 거꾸로 젓고, 구멍이나 내는 승객은 승선할 수 없다"고 발언해 비주류로부터 반발을 산 윤핵관의 대표적 인물이다.
이들이 당시 '수도권 위기론'을 몸으로 체감하고 수도권 필승 전략을 제대로 세웠다면 이번 총선(수도권)에서 참패하진 않았을 것이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제22대 총선이 남기 과제들 토론회'에서 "제18대 총선 당시 선거를 이끌었던 고 정두언 전 의원이 '계층적으로는 중산층, 이념적으로는 중도층, 지역적으로는 수도권 중심'의 선거를 강조했던 '3중(中) 전략'으로 선거를 지휘해 성공했다"며 "현재 보수 정당 위기를 논하려면 이때로부터 얼마나 떨어졌나 생각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의 이 같은 발언은 국민의힘이 앞으로 있을 모든 선거에서 수도권이 중심 되어야 승리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익명을 요구한 A 지역위원장은 "지난해 당 중진 의원들이 강조한 '수도권 위기론'을 체감하지 못한 인물이 당 지도부를 맡게 되면 국민들이 원하는 당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도권 민심을 잘 알고 있으며, 대통령실과 교감할 수 있고, 야당과도 협치가 가능한 인사가 당을 이끌어야 당장 2026년도에 있을 제9대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B 위원장은 "국민들로부터 매섭게 심판 받고도 당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며 "선거 경험이 풍부한 수도권 출신의 중진이 당을 이끌어야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당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제9대 지방선거가 2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2대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영남 중심에서 수도권 중심으로 개편을 요구하고 나선 원내외 조직위원장들의 목소리가 앞으로 있을 예정인 전당대회에서 얼마나 먹힐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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