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구=김민규 기자] "콩으로 콩깍지를 태운다."
자두연기(煮豆燃萁) 즉, 콩을 삶기 위해 같은 뿌리에서 자란 콩대를 태운다는 이 말은 형제끼리 서로 시기하고 다툰다는 의미다.
이 말이 최근 영남대학교 동문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총동창회를 언론중재위원회(이하 언중위)에 제소한 최외출 영남대 총장이 언중위 심판이 모두 영남대 동문으로 꾸려지자 기피 신청한 사실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영남대 측의 언중위 구성원 기피 신청을 두고 동문들 사이에서는 "동문이 남보다 못하다"는 자조가 터져 나온다. 혹자는 '동문상잔'이라고 표현한다.
이 같은 '동문상잔'의 발단은 2020년 12월 총장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 폐지였다. 그동안 잘 운영되던 총추위를 없애고 학교 측에서 총장을 선임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했다.
총동창회 측은 정관개정이 절차를 위반해 진행된 데다, 논의 과정에서 총동창회를 배제했다는 점에 대해 반발했다. 이들은 특히 현 총장이 연임을 노리고 정관을 개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총장과 재단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일이 커졌다. 총동창회는 회보를 통해 정관개정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장에게 연임을 염두한 정관개정이 아닌지 속뜻을 밝히라고 요구했는데, 이것이 결국 언중위 제소로까지 이어졌다.
총동창회 측은 이 모든 갈등이 총장의 '욕심'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관 개정도, 언중위 제소도 최 총장의 평소 행태와 일치한다고 지적한다. 총동창회 측은 '최 총장은 평소 불통 이미지가 깊고 고소를 남발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고 부연했다.
총장의 언론관 역시 폐쇄적이라고 총동창회 측은 지적한다. 연임 의사 등 관련 취재에 대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그 방증이란 것이다. 현재 최 총장은 동창회와 지역사회가 떠들썩한 상황에서도 적절한 답변 없이 모두 '가짜뉴스'라고 뭉뚱그려 대답하고 있을 뿐이다.
총동창회가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최 총장이 정관개정 과정에 절차적 논란까지 일으키면서 총동창회를 배척한 점이다. 절차적으로 정당하게 정관을 개정하더라도 총장 연임은 최 총장 후임 총장부터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민주주의이자 동문들의 바람이라는 게 총동창회 측의 입장이다.
영남대 측이 언중위 구성원이 동문이라는 이유로 기피 신청을 했기에, 콩으로 콩깍지를 태우는 이 '동문상잔'의 비극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큰 비극은 따로 있다. 이 갈등 과정에서 학교 주인인 학생과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인 지역민은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이다. 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갈등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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