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구=박성원 기자] 대구시가 관련 조례도 없이 박정희 동상 건립 예산을 편성하자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시는 16일 제1회 추경예산안에 박정희 기념사업 예산 14억 5000만 원을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사업과 관련된 조례안은 오는 22일 부터 시작되는 제308회 시의회 임시회에서 다뤄질 예정으로 아직 확정되지 않아 예산 편성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시는 대구만이 가진 역사적 정체성인 박정희 산업과 정신과 2.28 자유정신을 살려 대구시민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박정희 공원(대구 대표도서관 앞)과 박정희 광장(현 동대구역 광장)에 각각 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건립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대구참여연대는 이날 "대구시민과 시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시의회를 동시에 무시하는 처사다. 대구시가 박정희기념사업 추진을 위한 조례 입법예고 기간 중 찬성하는 의견은 하나도 없었고, 반대 의견은 무더기로 접수되었음에도 조례 발의를 강행해 시민 의견을 묵살했다"며 "이에 더해 조례가 가결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안부터 편성한 것은 대구시의회마저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가 대구시의회 임시회에 부의되어 있으나 이 조례가 가결이나 부결 또는 유보가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인데 예산안부터 편성해 놓은 것은 상식 밖의 독선"이라며 "예산을 편성, 집행하는 근거가 되는 조례를 먼저 제정하고, 그후 개최되는 회기에 예산안을 올려 심의하는 것이 상식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준표 시장이 같은 회기에 조례안과 예산안을 동시에 부의, 확정을 추진하는 것은 자신이 발의했으므로 대구시의회가 군말 없이 조례와 예산을 동시에 통과시키라고 명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이 정도면 오만과 독선이 초월의 경지에 이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구참여연대는 또한 "같은 회기에 조례와 예산을 동시에 의결하는 예를 국회나 지방의회를 통틀어봐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대구시의회가 이를 통과시킨다면 대구시의회는 시민과 법률이 부여한 의회의 권한과 역할을 홍준표 시장에게 자진 헌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대구시의회는 시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자존심을 걸고 이 조례와 예산을 가결하지 말아야 한다. 대구시의회는 홍준표 시장의 하수인이 아님을 시민에게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의회는 이날 오전 확대의장단 회의를 개최해 대구시로부터 예산 편성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은 후 쟁점 현안 사업에 대한 논의 시간을 가졌다.
대구시의회가 오는 22일 제308회 임시회에서 박정희 기념사업 예산과 관련 조례안을 가결 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