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분향소 지키는 이태원 유족 "또 다른 누군가 유족 될 수 있는 나라…바꿔야"


이태원 유족 김영백씨, 광주시민분향소에서 지킴이 역할
"책임질 사람이 책임 면하면 또다시 국가재난 발생"

5⋅18민주광장에 차려진 세월호 광주시민분향소 지킴이를 하고 있는 이태원 참사 유족 김영백씨가 학생들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광주 = 나윤상 기자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똑같이 자녀를 잃은 마음에서 앞으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니까 절실한 마음에…."

광주 5⋅18 민주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10주기 시민분향소를 지키고 있는 10⋅29 이태원 참사 유족 김영백(64) 씨는 말을 다 맺지 못했다.

10년 전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시민 한 사람으로 가슴 아파했지만, 국가재난관리 부재로 인한 사고 때문에 아들이 허망한 죽음을 당할 줄은 몰랐다.

그는 "세월호 참사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잊혔다"면서 "막상 이태원 참사로 인하여 아들을 잃고 보니 세월호 유족들의 심정이 너무 아프게 와 닿았다"고 전했다.

이어 "세월호 유족들과 연대하는 마음으로 지금 분향소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의 아들 재강(29) 씨는 2022년 10월 29일에 할로윈 축제로 이태원에 갔다가 압사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재강 씨는 광주에서 대학과 군복무를 마치고 1년 넘게 공부한 끝에 서울에 있는 회사에 취직했다. 김 씨는 회사에 잘 다니는 아들이 갑자기 이 세상에 없는 존재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다고 했다.

김 씨는 아들의 죽음으로 우울증에 빠져 지금도 약과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아들의 죽음이 너무 허탈하고 뭔 일을 해도 재미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들을 잃은 기분에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는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는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면서 "처벌받을 사람이 처벌받고 책임질 사람이 책임져야 이런 참사가 다시는 생기지 않을까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내일은 또 다른 누군가가 유가족이 될 수 있는 불안한 나라에 살지 않으려면 반드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친 김 씨는 한참을 분향소에 걸린 피해자들의 사진을 쳐다보았다.

kncfe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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