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장인화 회장 체제가 지난달 22일 공식 출범했다. 현장 경영을 강조한 장 회장은 취임 첫 일정으로 포철 2열연공장을 찾았다. 하지만 장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내부 경영뿐만 아니라 포스코그룹과 포항지역 각계 사이에 벌어진 마찰을 해소해야 하는 숙제도 적지 않다. 특히 반드시 청산해야 할 포스코의 협력업체 관련 문화는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의 생사가 달려있다는 점에서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문제다. <더팩트>는 새롭게 체제에서 비상을 준비하는 국민기업 포스코의 미래를 위해 협력업체를 둘러싼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을 들어보고 거기에서 교훈을 찾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포항=김채은 기자]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일반 협력사 간 경쟁에 중립을 지키지도 못하고, 지켜야 할 선마저 넘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 배경에는 고강도 콘크리트 공급과 관련한 사건이 있다.
거대 원청인 포항제철에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경쟁력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협력업체들끼리 상호 고발전을 펼치면서 포항제철 직원들에게 앞다퉈 로비까지 벌인 게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포스코 협력업체 A사가 원가 절감을 위해 무역업자를 통하지 않고 직접 수입을 하면서 사건은 시작됐다. 이 제품은 이전부터 포스코, 포스코건설, 포스코케미칼, 현대제철 등에 꾸준히 공급되고 있던 제품이다.
하지만 직수입 이후 A사는 공익 제보 등을 통한 경찰 수사로 포항제철과 거래가 끊겼고, 대표는 입찰 방해, 배임, 횡령 혐의로 기소돼 2년 형을 선고받았다. 여기에 2026년 4월까지 제재를 받아 포스코에 납품을 할 수 없게 됐다.
A사가 납품을 할 수 없게 되면서 그 자리를 이어받은 B사는 현재 납품 단가를 기존 대비 2배나 올려 제품을 포항제철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포항제철 담당 직원들이 B사로부터 수상한 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경찰 수사 결과 포항제철 직원이었던 K씨는 B사가 한 식당에 20만~30만 원가량 카드 결제를 미리 해놓으면 동료 직원들과 그곳에서 회식을 했다고 인정했다. 이는 2~3달에 1번꼴로 이어졌고, 명절이나 연휴에는 30만 원 정도 현금을 받았다고도 진술했다.
그는 또 납품 경쟁 당시에는 라이벌 업체인 A사로부터도 노래방 및 식사를 제공받았으나 돈봉투를 받은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경찰 진술서에 자필로 적기도 했다.
협력업체 수주전과 관련한 원청업체의 중립 의지 실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사건 이후 A사의 주장이 거짓이라면 B사의 납품 단가는 낮아지거나 최소 같아야 하지만 현재 A사가 납품하던 초강도 콘크리트 고온용 제품은 30t 기준 시공가인 96만 8000원보다 2배 이상 비싼 206만 1774원에 B사가 포항제철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사 측은 현재 B사 단가 계약은 두께의 기준이 없어 두껍게 시공할수록 이익이 커지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A사는 사건 이후에도 포스코에서 해당 자재를 계속 사용하고 있으며 사건의 발단이 된 포철 코크스와프 설비 역시 현재까지 자사의 시공품을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 등을 볼 때 자사 제품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걸 방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고, 제품 납품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은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작업에 필요한 자재량은 포스코 담당자와 협력사가 현장 실측 및 도면 확인 등의 과정을 거쳐 사양서 내에 반영했으며 정당한 절차에 따라 자재 구매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협력업체 수주전에서 중립을 지키지 않은 원청(대기업)으로 인한 피해는 협력업체 임직원의 생계를 막아버린다는 점에서 포스코의 고품질·원가 절감을 위한 특정 업체 편들기는 더 이상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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