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구=박성원 기자] 낙하산 공천으로 지역민들의 불만이 불일 듯한데도 선거를 10일 앞두고 대구 국민의힘은 이미 선거가 끝난 듯하다.
보수의 텃밭인 대구는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구을에 출마한 홍준표 대구시장을 제외하고 국민의힘 후보들이 싹쓸이를 했다.
지난 21대 선거 당시 대구에서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는 북구갑 정태옥 전 의원과 달서구갑 곽대훈 전 의원, 수성구을에 홍준표 대구시장이 있다. 이 중 홍 시장만 국회에 입성해 복당했다.
당시에도 낙하산 공천 논란으로 공천에 불만을 가진 곽 전 의원, 정 전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며 악전고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22대 선거에 낙하산 공천을 받은 한 후보는 본격적인 선거운동 시작 3일 만에 지역민들의 행사에 지역구 시·구의원들만 보낸다든지 느지막이 나타나 얼굴만 비추곤 사라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이미 잡아 놓은 집토끼니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아도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냐"며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26일 국민의힘 대구시당 선대위 발대식에서 주호영 총괄선대위원장이 "모든 선거는 진심과 간절함이 제일 중요하다. 진심을 다할 때 민심이 움직인다"고 강조한 것이 무색할 따름이다.
또한 국민의힘 대구시당은 발대식 날 이미 선거가 끝난 듯 대구시당 소속 국회의원 사진을 걸어놓는 자리에 후보들 사진을 미리 걸어놓아 논란이 되자 바로 철거하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역민들과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년간 지역을 누비며 활동해 온 다른 정당의 한 후보가 걸어놓은 한 현수막에 등당한 '그만하자 호구! 바꿔보자 대구!'라는 문구가 지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선거 때마다 낙하산 공천에 불만을 가지고 욕을 하지만 결과는 낙하산이 당선되는 현실에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매번 지역의 민심은 외면받는 것이다.
이번에도 대구 중남구에서 경선을 결선까지 거쳐 주민들의 선택을 받은 도태우 후보를 수도권과 호남 여론을 의식해 지역민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공천 취소' 결정을 내렸다.
보수의 성지라는 자존심은 누가 대신 지켜주는 게 아니다. 스스로가 지키는 것이다. 낙하산이라도 국민의힘이라는 간판을 단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닐 것이다.
과거 선거 때마다 낙하산 공천이 내려올 때마다 불만을 가지고 욕을 하지만 "그래도 우리 '국민의힘'"이라는 선택을 하며 희생해 왔다. 그 결과가 대구는 27년째 GRDP 전국 꼴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오는 인사마다 입에 올린다.
지역의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낙하산이라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니지만 낙하산으로 아무나 내려보내도 당선되니 다른 데서 우리를 '개, 돼지'라고 까지 욕한다"며 현실을 개탄했다.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에서는 달서구갑 유영하 후보, 북구갑 우재준 후보, 동구군위갑 최은석 후보, 중남구 김기웅 후보가 '국민추천제' 등으로 현역을 대신해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지역민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집토끼'였던 대구가 앞으로도 여전히 먹이를 주지 않아도 되는 집토끼가 될지, 눈치를 보고 관심을 가지고 돌보아야 할 산토끼가 될지는 이번 선거 결과가 말해 줄 것이다. 최소한 박빙의 승부가 나오더라도 지금까지처럼 지역 민심을 무시하는 행태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