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시흥=김동선 기자] 경기 시흥시의 상당수 장년·노년층이 기억하는 빈민운동가 출신 정치인 고(故) 제정구 의원은 시흥시·군포시 복합선거구로 치러진 제14대(1992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 현역 의원인 민주자유당 황철수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제정구 의원이 당시 맺은 정치적 인연은 조정식·문정복 현 의원, 백원우 전 의원, 김윤식 전 시장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백 전 의원을 제외한 3명은 모두 22대 총선에 출마했다.
제정구 의원은 1995년 김대중 당시 아태재단 이사장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자 이를 비판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 원혜영 전 의원 등과 함께 민주당에 잔류, 이듬해 시흥시 단독 선거구로 독립해 치러진 15대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국민회의 후보를 큰 표 차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제 의원은 이후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멤버들과 등진 채 1997년 '삼김청산'을 주장하며 통합민주당을 이끌고 신한국당과 합당한 뒤 대통령 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중 1998년 폐암으로 급서했다.
이듬해인 1999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자유민주연합 김의제 후보가 한나라당 장경우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16대 총선에서는 박병윤 후보가 한나라당 장경우 후보와 자민련 김의재 의원에게 신승을 거뒀다. 시흥은 17대 총선부터 갑·을로 분구됐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막아낸 열린우리당은 17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으며 시흥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시흥갑은 백원우, 시흥을은 조정식 후보가 상대 후보들에게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초선 배지를 달았다. 백·조 후보 모두 제정구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18대 총선에서도 백원우·조정식 현역 의원이 통합민주당 간판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조 의원이 넉넉하게 상대 후보를 누룬 데 비해 시흥갑에서는 백원우 49.79%, 새누리당 함진규 47.75% 득표로 당락이 2.24% 1266표 차로 갈렸다.
경기도의원(6대·7대) 출신 새누리당 함진규 후보는 이 지역 유명 정치인 장경우 전 의원(3선)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뒤 맞이한 첫 도전에서 예상보다 선전함으로써 다음 기회에 재도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시흥을 조정식 의원은 이어진 19대·20대·21대 모두 압도적 표 차로 연승을 거두며 5선 고지를 달성하고, 22대 총선에서 단수공천을 받아내 6선 도전에 나섰다.
19대에서 시흥갑은 함진규 새누리당 후보가 백원우 의원에게 18대 총선에서의 석패를 되갚아줬다. 함진규 47.83% 백원우 47.59%, 0.24% 202표 간발 차이로 함 후보가 승리했다. 20대 총선에서 3번째 맞붙은 새누리당 함진규, 더불어민주당 백원우 후보는 격전 끝에 현역인 함 의원이 5.23% 차이로 승리, 재선에 성공했다.
백원우 전 의원의 연패는 보좌관 출신 문정복 전 청와대 행정관이 갚아줬다. 민주당 시흥갑지역위원회 문정복 위원장은 당내 경선을 거쳐 21대 총선에 출마, 앞서 2연승을 거둔 함진규 의원에게 6.82% 차이로 승리했다. 문정복 의원은 22대 총선에서는 단수공천을 받았다. 함진규 전 의원은 현재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시흥시에서 오랫동안 정치 활동을 펼쳤던 한 인사는 <더팩트>에 "많은 시흥지역 정치인이 제정구 정신을 얘기하지만 실제로 그 정신을 이어가지는 않는다"며 "욕심을 버려야 정치를 바꿀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생계형 정치는 정치가 아니라 생업이다. 주민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야 시흥 어느 지역에서건 주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제정구식'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후배 정치인들에게 충고를 남겼다.
그는 또 "부천권-시화공단권으로 나눠진 시흥을 제대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여·야, 선·후배 나누지 말고 모두 털털하되 강직했던 제정구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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