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은 축구, 고령은 가야금', "가야금으로 세계에 대가야 알릴래요"


고령 출신 가야금 연주자 김유정씨
서울대 졸업 후 가야금 연주자로
국악 퓨전 그룹 ‘그라나다’ 새얼굴

고령 출신 가야금 연주자 김유정씨

[더팩트ㅣ대구=김민규 기자] "대가야의 소리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가야금 연주자 김유정(26)씨는 지난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축하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두 가지 이유였다. 7월에 퓨전 국악 그룹 '그라나다'의 새 얼굴로 발탁되었고, 그의 고향인 경북 고령의 대가야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때문이었다. 김씨는 고령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악과를 거친 만큼 말 그대로 '고령의 딸'이다.

김씨는 "제가 고령 출신이라고 하면 우륵의 제자를 만난 것처럼 신기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천 년의 소리를 간직하고 있는 가야금으로 대가야의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그의 가야금과 '그라나다'라면 가능한 목표다.

그가 속한 '그라나다'는 2022년 시애틀 한미수교 140주년 기념 한복쇼를 비롯해 캄보디아 ILC 개회식, 미국, 일본 동남아 등 각종 공연에 초청되는 독보적인 국악 그룹이다.

고령은 언필칭 ‘가야금과 우륵의 고장’이다. 김씨는 초등학교 때 방과후특기적성활동으로 가야금을 접했다. 2012년 창단한 우륵청소년가야금연주단의 창단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큰 고비 없이 흘러가던 '가야금 인생'이 굴곡을 만난 것은 대학을 졸업한 뒤였다. 전통적인 곡들만으로는 음악적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1년 남짓 가야금을 내려놓았다.

생활비를 벌려고 스크린골프장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4개월 만에 매니저 자리를 꿰찼을 만큼 일을 잘했다. 총괄 매니저직에 오르면서 홍보물 디자인을 비롯해 SNS 홍보와 이벤트 기획까지 진행했다. 모든 활동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그 즈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지? ’나는 내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그를 사로잡았다. 결국 ‘고향’으로 돌아왔다.

"1년간의 방황이 오히려 '내가 누구인가'를 더 명확하게 해준 것 같아요. 제 스스로를 탐구하고 확신을 얻는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그라나다'에서 물을 만났다. 국악과 팝의 만남을 추구하는 그룹인 만큼 작곡에서 편곡, 무대 기획까지 배울 것도 할 것도 차고 넘친다. 가야금과 전통음악이라는 틀에 묶이지 않고 음악의 바다로 마음껏 활개치고 싶었던 그로서는 그야말로 지금의 가야금 연주자 자리가 '꽃자리'가 아닐 수 없다.

김씨에게 국악은 절정이지만 '국악 공연'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특히 음향이 그렇다. 서양 악기와 음악, 대중음악에 특화된 만큼 마음에 착 감기는 음향 시설을 만난 일이 거의 없다.

국악기 역시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전자 해금의 경우 국악기 특유의 음색이 없다. 전자 바이올린과는 아직 비교할 수준이 못 된다.

김씨는 "채워 넣어야 할 것들이 많다는 사실이 오히려 즐겁다"면서 "더 배우고 더 익히면서 국악이 더 넓은 음악의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향 고령에 대한 애정도 깊다. 그는 1년에 한두 번이라도 공연을 겸한 강연으로 고향의 후학들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문화는 결국 사람이 핵심이거든요. 고령 대가야, 우륵, 가야금으로 이어지는 스토리가 더 탄탄해지려면 '브라질엔 축구, 고령엔 가야금'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향이 세계적인 음악 도시가 되도록 미력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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