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모슬포 해병대 사격장 증축 '논란'…주민 반발 격화


해병대, 도비탄 방지시설 공사 착수 3일 전 설명회
주민들 대책위 구성…공사 미루고 협의체 구성 요구

해병대 사격장 증축 공사를 반대하는 현수막들. 대정읍 곳곳에 걸려 있다.

[더팩트ㅣ제주=허성찬 기자] 제주 송악산 인근에 있는 해병대 사격장 증축을 놓고 주민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해병대 제9여단은 27일 대정읍사무소 3층 회의실에서 '도비탄 방지시설' 신축 공사와 관련해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 1986년 11월 대정읍 상모리에 일대에 준공된 해병대 사격장은 2만 6400㎡(약 8700여 평) 규모로 도내에서는 유일하게 250m 사격 훈련이 가능한 자동화 사격장이다. 준공 이후 군(육군, 해군, 공군)은 물론 지역 예비군·보충역, 경찰, 해경 등이 사용해 왔다.

그러나 총성 등 지역주민의 불편이 지속돼 왔으며, 2017년 5월과 2021년 8월 2차례에 걸쳐 도비탄(탄도를 이탈한 총알) 사고가 발생하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됐다. 이에 군은 시설 사용을 중단하고 사업비 104억 원을 투입해 외부 방호벽과 내부 차단벽, 도비탄 방지 차양대 등 증축 공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문제는 사격장 증설 추진에 앞서 단 한 차례의 주민설명회도 개최되지 않아 주민들은 사격장 증축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대정읍 곳곳에 내거는 등 불만이 본격적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병대 제9여단 측은 27일 오후 대정읍사무소 3층 회의실에서 사격장 증축과 관련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3월 1일 공사 시작을 앞두고 3일 전에 설명회를 개최함에 따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대책위는 사격장 증축과 관련해 단 한 차례의 주민설명회도 개최되지 않았으며, 공사 업체 등의 선정이 완료돼 공사 착수를 3일을 앞두고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데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사격장 개설 이후 계속된 총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보았으며, 이번 사격장 증설은 영구시설로 사용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사격장의 이설을 촉구했다.

아울러 사격장 증설과 관련해 보다 책임 있는 국방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 등 상생 방안 마련과 함께 3월 1일 예정된 공사 착수를 미뤄달라 요구했다.

대정읍을 지역구로 둔 양병우 제주도의원도 "사격장의 안전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주민들은 총소리에 시달리고 있다. 협의 한번 없이 업체를 선정하고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공사를 일단 미뤄주시고 협의체를 구성하는 게 우선이다. 이를 통해 더 이상 도비탄 방지시설 문제가 대정읍민과 도민들에게 확산이 되지 않도록 잘 끌고 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해병대 제9여단 측은 "공사는 국방부 시설공단에서 하는 것으로 관련 내용에 대해 답변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며 "이날 설명회에서 나온 의견을 국방부에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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