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아버지는 막노동을 했고, 어머니는 골목에서 채소를 팔았다. 뼛속 깊숙이 가난의 설움을 채득했다. ‘민생’은 굶지 않는 것, 배불리 먹는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민생’을 살찌우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무릎을 꿇어 힘없는 이웃을 일으켜 세우고, 가난의 무게에 눌린 노동자의 어깨를 펴드리고 싶었다.
1년6개월여 전 ‘0.65% 포인트’ 차이라는 드라마 같은 대역전극으로 130만 시민의 삶을 책임지고 있는 이재준(58) 수원시장의 얘기다.
22일 수원시청 2층 집무실에서 <더팩트>와 만난 이 시장의 입에서는 ‘민생’이라는 단어가 떠나질 않았다. 그는 "1라운드 전반전에서 굵직한 제도개선 등의 성과를 냈다면, 후반전은 생활밀착형 규제를 허물어 민생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의 언급처럼 지난해 12월 수원시에는 해묵은 난제가 해결되는 ‘겹경사’가 있었다.
15년 수원화성 일대 주민의 재산권을 짓눌러온 건축규제가 풀렸고, 개발제한구역이 풀리지 않아 10년 째 제자리걸음을 걷던 서수원 R&D사이언스파크 사업은 다시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특히 수원화성 건축규제 해소는 재산권에 제약을 받던 이 일대 주민 10만7000여 명에게 ‘마른땅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낡은 구도심에서도 재개발, 재건축의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재선, 3선 전임 시장들이 못했던 일들을 단기간에 이뤄낸 비결에 대해 이 시장은 "민생을 고민해온 진정성과 도시공학 박사인 나름의 전문성이 뒷받침된 때문"이라고 쑥스러워 했다. 그는 도시공학 박사학위를 이른 나이에 받아 35세부터 대학교수와 시민사회 활동가 등으로 일했다.
임기 초반 성과로 자신감이 오른 그는 후반기로 접어드는 올해부터는 행정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규제 대못을 해소하는데 주력할 참이다.
이를 통해 민간의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 민생을 살리겠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이 시장은 "새해 중요한 화두로 경제를 제시했고, 그 해법으로 규제개혁을 꼽았다"며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수원시부터 쓸모없는 규제를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걷어내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성인지 정책평가를 하듯이 각종 인허가 규정 등에 대해 평가를 해 속도감 있게 뿌리를 뽑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수도권정비법상 과밀억제권역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를 해소하는데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수원시는 지난해 11월 도내 과밀억제권역 11개 도시와 ‘과밀억제권역 자치단체 공동대응협의회’를 만들었다. 이 시장이 초대 대표회장이다.
그는 "40여 년 전 영국과 프랑스를 따라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제정했으나, 정작 이 나라들은 국가경쟁력이 떨어지자 그 규제를 완화했다"며 "우리만 수도권 집중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국가의 ‘성장’을 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과밀억제권역 규제로 출산율까지 낮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서울 0.59명, 과밀억제권역 0.7명, 성장관리권역 0.8명, 지방 0.9명 등 규제가 심한 곳일수록 출산율이 낮다는 게 증명이 되고 있다"며 "사람은 몰려드는데, 일자리는 없고 주거가 불안하니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규제 일변도의 수도권 정책에서 벗어나야 국가의 미래가 있다"며 "그로 인한 과실은 분명하게 지방과 함께 나누면 된다"고 했다. '개발이익 공유'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 뒤 규제를 푸는 범국가적 화두를 던져보고 싶다는 게 그의 의지다.
역대 민선 수원시장 가운데 단임은 없었다는 질문에 웃음을 보인 이 시장은 "시민의 삶, 즉 민생이 실질적으로 좋아지는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지자체장의 큰 책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역할은 시민이 부여하는 것"이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이 시장은 "새로운 수원을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고 앞으로도 준비한 정책을 차질 없이 실행해 나갈 것"이라며 "시민들과 함께 새로운 열매를 수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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