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대전=최영규 기자] 대전시설관리공단이 규정을 무시하고 직원들에게 예산 잔액을 나눠줘 파장이 큰 가운데(본보 1월 6일자), 사전에 대전시에 지급 가능 여부를 물어봐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시는 '지급 불가'라는 답변에도 불구하고 이사장의 독단으로 벌어진 초유의 사태에 대해 나눠준 예산을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14일 <더팩트>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대전시설관리공단은 임금이 생활임금에 못 미치는 직원 136명에게 총 1억 6900만 원을 지급했다.
예산의 출처는 시에서 내려준 총 인건비 중 육아휴직이나 명예퇴직자 발생 등으로 인해 남은 금액이다.
이상태 이사장은 남은 예산을 시에 반납하지 않고 공무직 직원들에게 생활임금으로 줄 것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 공단 내부에서는 규정에 없는 예산 전용이라며 지급 불가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이 생활임금 집행을 종용하자 공단은 시청에 관련 내용을 문의해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대전시는 지난 2021년 공공기관 출연금 등의 정산 조례를 제정해 예산 잔액의 반납을 의무화했다.
시와 공단의 반대에도 이 이사장은 예산 집행의 법적 정당성을 얻기 위해 법률자문까지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의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태 이사장은 자신이 직접 기안을 작성해 지난달 29일 집행을 강행했다.
공단 관계자는 "시에서도 총 인건비에 생활임금 항목이 없어 전용할 수 없기 때문에 반납해야 할 예산이라고 말했지만 이사장님이 공무직 위주로 구성된 제2노조와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해서 지급하게 됐다"고 밝혔다.
시는 이같은 기관장의 행동에 대해 초유의 일이라며 재발 방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가 산하기관에 지침을 주면 전부 지켰는데 이렇게 정면으로 어긴 일은 처음"이며 "이같은 일이 다른 산하기관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1억 6900만 원을 환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 감사위원회도 이번 일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보고 감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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