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선거에 나선 인물의 평가를 유권자에 묻는 여론조사는 이제 정당이 후보라는 대표선수를 뽑는 일반적인 통과의례가 됐다.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짚어보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렇듯 불가피한 과정이겠지만 유권자가 바라는 인물이 정녕 여론조사 결과와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연말 일주일 동안 더불어민주당 광주 선거구 경선에 나선 후보들은 몸살을 겪었다. 신년 특집 제작을 위해 3곳의 지역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새해 첫 뉴스에서 경쟁력이 뒤떨어진 성적을 받으면 경선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특히 경선 승리가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광주의 경우 여론조사 성적표는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며칠 동안 각 후보 캠프는 '호떡집에 불난 꼴'이 됐다. 전화를 꼭 받아달라는 간절한 메시지가 SNS에 홍수처럼 넘쳤다. 선거 조직과는 전혀 무관한 기자에게 까지 난데없는 메시지가 수시로 전달해왔을 정도니 그 북새통이 미루어 짐작이 된다.
여론조사가 실시되는 일정 시기에 지지자들이 전화를 잘 받으면 경선에서 승리하는 시스템이 과연 적정한 것인가? 이런 의구심이 최근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전화 수신에 온 신경을 기울여 대기하는 방대한 조직을 갖춘 후보가 승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선거 조직 운영이 곧 돈과 직결돼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오프라인 돈 선거를 막기 위한 온라인 시스템이 실인즉 금권선거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아이러니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광주 모 선거구에서 특정 후보를 돕고 있는 전 시의원 A씨는 "전화 여론조사 대비를 위해 1천명의 조직을 운영하는 후보 캠프가 있다는 말도 나돈다"며 "많은 경비를 들여 큰 조직을 가동할 수 없는 후보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문제점을 지적한다. 통계학을 전공하고 대학에 제직중인 B교수는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조사되는 여론조사는 믿을 것이 못된다. 신뢰의 근거가 취약하기 때문이다"고 선을 그었다.
B교수는 응답률이 너무 낮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구체적으로 "선거구별 최소 표본인 500명의 응답을 얻기 위해 1만 명에 가까운 유권자에게 전화를 해야 한다. 5~6%가 답을 하고 대부분은 전화를 끊는다"고 설명하며 "결국 선거조직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특정 후보 운동원들에게 전화에 응답할 수 있는 기회가 집중됨으로써 여론이 왜곡 된다"고 주장했다.
또 표본오차가 지닌 함정도 간과할 수 없는 걸림돌이라고 밝혔다.
B교수는 "비교적 신뢰도가 높은 여론조사에서 사용되는 표본오차 ±4.4%는 후보 간 8.8% 차이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라며 "유권자는 발표된 수치만 보기 때문에 순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착시가 발생 한다"고 우려했다.
또 B교수는 표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조작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는 점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통상 여론조사 후 연령‧성별‧지역별로 가중치를 적용해 보정작업을 하는데 "열성 지지자들이 연령대나 성별을 속여서 답을 하는 경우도 빈번해 가중치 적용이 왜곡되면서 표본이 조작돼 표본오차마저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B교수는 "전국단위나 시도단위가 아닌 국회의원 선거구 같은 표본수가 적은 협소한 단위에서 여론조사 왜곡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고 표심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고 지적하며 "일반 표심과는 달리 거대 선거조직을 꾸리는 후보 캠프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금과 같은 여론조사 경선 방식으로는 유권자가 바라는 좋은 후보를 뽑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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