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l 광주=문승용 기자] 광주 서구의회가 2024년 본예산 심의에서 민생과 관련된 예산은 대폭 삭감했지만, 의원 외유성 국외연수 비용과 선심성으로 배포하는 의원수첩·달력 제작 비용은 단 한 푼도 삭감하지 않고 의회 예산은 전년 대비 18.5% 인상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3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 서구는 지난해 12월 6751억 원 규모의 2024년도 예산안을 서구의회에 제출했다. 이 중 61개 사업 46억 원, 전체 예산 중 0.68%가 삭감됐다. 이번 예산 삭감은 역대 최대 규모이며 광주 5개 자치구 중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생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김이강 서구청장의 구정 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구의회가 예산을 삭감한 분야는 △폐업 소상공인 다시 서기 프로젝트 6000만 원 △골목경제 활성화를 위한 현장 맞춤형 컨설팅 2000만 원 △중장년 등 구직자 취업 지원 1100만 원 △대한민국 명장들과 함께하는 청년창업육성 MBA 3000만 원 등이다.
소상공인 지원 관련 예산은 김균호 구의원이 2022년 9월 26일 제306회 제2차 본회의에서 "서구에는 4만 4000여 개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있고, 10만 6000여 명의 근로자가 일을 하고 있다"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국가 경제의 허리 역할이자 서민경제 및 지역경제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최근 고유가, 고금리, 고환율 등의 경제적인 여타 문제들로 인해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고 소상공인 등 지원 정책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서구의회는 지난해 소상공인들에게 호평을 얻은 ‘장사의신 아카데미 운영’ 예산 1억 원 중 7000만 원을 삭감했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들어진 ‘마을합창단’ 운영지원 예산도 1억 7400만 원에서 9000만 원으로 반토막냈다. 이 외에도 △걷고 싶은 길 조성 및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소통테마길’ 조성 예산 5억 2500만 원 △어린이 축제 등 주민참여예산과 지역문화예술인활동지원비, 생활폐기물플랫폼 개발비 모두 삭감했다. 예측불허의 상황에 대비한 일반 예비비도 2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잘라냈다.
서구의회는 민생과 직결된 예산은 대폭 삭감하거나 전체 삭감하면서도 외유성으로 매년 지적받는 의원들과 의회 사무국 직원 국외연수 교육 등 역량 강화 예산 9780만 원은 삭감 없이 원안 그대로 통과시켰다.
또한 서구의원들의 활동비는 광주 5개 구 중 264만 원으로 가장 높게 편성했으며 서구의회 예산은 전년 대비 3억 4432만 원이 증가한 22억 원으로 18.5% 상승했다.
이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논란으로 비칠 수 있는 선심성 예산도 전액 통과됐다. 의원들이 사용하는 수첩 400권 제작비용으로 1320만 원, 의원 달력 200개 제작비용 300만 원의 예산도 삭감 없이 반영됐다. 수첩과 달력은 홍보용으로 유관기관 및 의회 방문객에게 배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첩은 의원별 1~2권 안팎으로 사용한다는 게 의회 사무국의 설명이다.
의원 수첩은 ‘서구의회 홍보 조례’ 제10조(이벤트 등 실시)에 따라 제작 및 배포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의원 사진 및 지역구, 연락처 등이 기재된 수첩이 홍보물 배포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홍보물이란 의회의 연혁, 의장의 인사말, 의회의 역할 및 활동을 책자나 팜플릿 형태로 제작된 것을 뜻하고 기념품과도 해석이 다르다는 게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이처럼 서구청이 역점적으로 추진할 민생정책 다수의 사업을 전액 삭감하거나 대폭 손질하면서 서구의회가 ‘구정을 발목 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구 금호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견제와 감시 등 본연의 역할론을 내세우며 구정 곳간을 지킨다는 명분이나 있겠냐"면서 "예산 심의 및 삭감 권한이 자칫 권력 오남용으로 보여질 수 있는 것도 문제지만 그 피해를 주민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나 한지 지역 기초의원들의 한계점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초선인 구청장을 길들이려는 포석일 수 있다"며 "차라리 지역구에 필요한 예산이나 의원들과 연관된 단체의 예산을 넣어달라고 협상하는 게 어찌보면 더 사람답게 보일 것 같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고 토로했다.
앞서 오광록 서구의회 기획총무위원장은 광주 천변의 악취 방역과 위험성, 체육시설, 천변 풀베기와 나무 방역, 가로등, 산책로, 자전거도로 등 부실 관리로 지역주민의 건강과 행복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부실 관리를 지적했다.
광주펜싱협회 상임이사인 안형주 기획총무부위원장은 매년 3억 원에서 4억 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되어 장애 체육인들의 인프라 확대와 새로운 꿈과 목표를 제공할 수 있다면 장애인 체육실업팀 육성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 창단까지 해야 한다고 했다.
전 서구생활체육회 부회장 및 서구산악연맹 회장이었던 김수영 의원은 나이든 어르신은 물론 3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파크골프장 조성을 5분 발언한 바 있다. 또한 테니스동호회 10개 클럽 약 370명이 이용해 왔던 체육시설이 폐쇄되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어 대체 부지나 테니스장 설치를 주장했다.
진보당 김태진 의원은 양동시장 현대화사업 시설 지원 이후 나머지 유지관리 보수는 상인회에서 하도록 되어 있는데, 건어물시장 쪽 아케이트 지붕이 파손되어 수리비용이 1곳 시설 개·보수하는 데 1500에서 2000만 원 이상의 금액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어물시장뿐만 아니라 실제 개·보수가 필요한 아케이트 부분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상인회와 서구청이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주민 중심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복지, 주민 모두가 행복한 서구에 초점이 맞춰진 서구형 통합복지지원센터 운영을 제안한 오미섭 의원과 현재 지역사회통합돌봄협의체 위원이며 장애인 복지위원회 위원인 백종한 의원은 경기 침체로 인한 지방세 수입도 감소해 지방 재정이 위기에 몰리고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예산 수립에 있어 안전, 보건, 복지 등 대상자들이 극한 상황에 내몰리지 않게 세심한 주의와 구민의 삶과 직결되는 공적 복지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2024년도 민생 예산 대폭 삭감 사태를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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