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경남 창원시에 살고 있는 여성 A 씨는 초여름의 가벼운 열대야 탓에 선풍기 바람을 쐬며 선잠에 들어 있었다.
마침 깊은 잠 너머로 빠져들던 찰나 평소 집에서 느껴본 적 없는 낯선 움직임이 그녀의 눈꺼풀을 치켜올리려 했다.
그 순간 A 씨의 등에는 뾰족하고 차가운 것이 아찔하게 닿았다 떨어졌다를 반복했다.
등골에 소름이 돋은 A 씨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 등 뒤에서 낮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만히 있어. 눈 뜨면 이 칼로 찔러 죽인다."
A 씨의 몸은 얼어버렸고, 그대로 남성에게 변을 당한 후 현금까지 빼앗기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는 지난 2002년 7월 초순경 발생한 '창원 연쇄 강간 사건' 중 세 번째 사건이다.
범인 김모(당시 30대) 씨는 2002년 5월 31일부터 같은해 10월 15일까지 4개월 보름간 이같은 방식으로 부녀자 15명을 강간하고 현금 등을 빼앗는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03년 4월 9일 1심 선고를 받기 위해 법정에 섰다.
김 씨는 주로 피해자들이 곤히 잠든 새벽 시간대에 절단기 등을 이용해 주거지에 침입한 뒤 흉기로 피해자들을 위협해 현금 등 재물을 빼았았다. 게다가 피해자들의 신고를 막기 위해 피해자들을 강간했다.
1심 재판부는 김 씨에게 "이미 강도강간과 강도상해 등의 범죄로 처벌받았음에도 형의 집행을 마치자마자 특수강도강간 등의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게 교화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보인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양형 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고,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으로 감형됐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22일 50대 후반이 된 나이로 복역을 마치고 세상으로 다시 나왔다. 다만, 김 씨는 성범죄자 알림e 서비스에 신상공개가 되지 않았다. 물론 전자발찌도 미부착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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