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천안=김경동 기자] 충남 천안시가 보조금 2000만 원 이상 생활체육대회에 대한 예산 집행을 직접 관리하기로 발표했다가 수 일 만에 이를 다시 취소하는 설익은 행정으로 체육회와 갈등만 조장했다는 지적이다.
22일 천안시에 따르면 지난 19일 ‘천안시체육회 회원종목단체장 간담회’를 갖고 2024년 변경된 보조금 집행에 대한 안내를 진행했다.
변경된 내용은 기존 천안시체육회를 통해 보조금을 집행하던 것을 2000만 원 이상 대회에 한해 차세대 지방 보조금 통합관리망인 ‘보탬e’를 통해 시가 직접 관리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문제는 60개 종목 단체 중 누구도 지방 보조금 통합관리망을 사용해 보지 않은 상황에서 촉박한 접수일과 교육 일정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애초 시가 발표한 생활체육대회 보조금 신청 기간은 지난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로 간담회가 진행된 후 이틀 뒤부터 보조금 신청을 했야만 했다. 신청을 위한 사전 온라인 교육은 지난 4일 시작돼 이달 31일까지로 간담회 이후 열흘밖에 교육받을 시간이 없었다.
무엇보다 보조금 집행 방법 변경이라는 중대한 내용을 공지하면서 체육회 등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 과정도 없어 의도적으로 체육회를 패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특히 시가 보조금 집행 방법 변경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체육대회 행사 시 ‘미흡한 의전’ 문제를 제기하는 등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서는 여론 수렴 없는 일방통행식 업무 추진과 행정 처리를 위한 전문 인력 부족에 대해 불만이 제기됐다.
A 종목 단체 관계자는 "체육회라는 전문 단체가 있는데 직접 업무처리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체육회와 협의가 된 부분인가"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B 종목 단체장도 "직업 보조금 지원을 신청하고 사후 정산까지 종목 단체가 해야하는데 이러한 업무를 단체 내에서 누가 할 수 있을 것인가"라며 "행정 업무를 봐야할 사람에 대한 인건비는 시의 지원이 가능한가"라고 꼬집었다.
C 종목 단체장은 "지금 자리가 간담회라고 하지만 사실상 정해 놓고 따라오라는 통보 아니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결국 시는 체육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최근 지방 보조금 통합관리망을 이용한 직접 보조금 집행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기존대로 시체육회를 통한 보조금 집행을 결정했다. 하지만 여론 수렴 없는 무리한 추진으로 체육인들과 관계만 더 악화했다는 비난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역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 미흡한 의전에 대한 언급이 나왔을 때 결국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천안시이니 말을 잘 들으라는 것으로 밖에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천안시 관계자는 "2000만 원 이상 생활체육대회에 대한 보조금 직접 집행이 논의된 이유는 성과 평가를 통한 투명한 예산 집행을 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었을 뿐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간담회 자리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만큼 여러 의견을 종합해 철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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