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 체제…'PK 현역 물갈이론' 시작되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장관직을 내려놓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아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한다. 한동훈 장관이 21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글로벌인재비자센터 소개·과학기술 우수인재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대전=이동률 기자

[더팩트ㅣ부산=조탁만·김신은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장관직을 내려놓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아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되면서 'PK 지역 현역 물갈이론'이 대대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5시 이임식을 진행한다. 그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을 만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게 된 한 장관은 집권 여당의 사령탑으로서 내년 총선을 이끈다.

21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출범에 따라 부산 지역 초선·중진 등 현역 의원들의 총선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산의 경우 중진 의원들의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선언하며 현역 물갈이론이 거세게 불고 있는 분위기다.

이 가운데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수락을 두고 현역 물갈이론에 힘이 더 실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

한 장관의 경우 정치 경험이 없고 중도 확장성이 약하다는 평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런 평은 거꾸로 해석하면 정치적 이해 관계가 적어 공천 과정에서 합리적인 의사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공존한다.

이런 배경 때문에 PK 현역 물갈이론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먼저 부산의 경우 비어 있는 당협이 주목된다. 당협이 1년 넘게 공석으로 있는 북구갑이 대표적이다. 또 사실상 당협의 세가 약해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사하갑(김척수·원외당협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중영도(황보승희·초선), 해운대갑(하태경·3선), 사상(장제원·3선) 등 현역 의원들이 불출마 또는 서울 험지 출마를 선언하며 지역구가 비워졌다.

이들은 모두 인적 쇄신 등 '선당후사'의 명분으로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이렇게 되자 현역 의원 중 중진들의 정치 행보는 제약을 받는 형국이다. 부산진갑 서병수(5선)·부산진을 이헌승(3선)·사하을 조경태(5선) 의원이 특히 그렇다.

실제로 이들 지역구에선 용산 대통령실 출신 등 중앙 인사들이 꾸준히 거론되거나 이미 지역구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다만 북강서을(김도읍·3선)의 경우 사정이 조금 다르다. '낙동강 벨트(사상·사하·북·강서)'로 묶인 이 지역구는 선거 때마다 여야 간 격전지로 구분된다.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여파, 그리고 민주당 소속 재선(최인호·전재수) 의원이 포진하고 있어,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3선의 법사위원장 출신 김도읍 의원 말고는 낙동강 벨트 사수를 위해 구심 역할을 맡을 후보가 아직 마땅치 않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초선 의원들도 불안감이 크다. 연제구(이주환), 동래구(김희곤), 서동구(안병길), 금정구(백종헌) 등의 의원들은 크고 작은 사안에 엮여 구설에 올라 있다. 지역 정가에선 최근 국민의힘 당무감사에서 그다지 긍적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소문이 새어 나온다.

이밖에 박수영(남구을) 의원은 국민의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장을 맡으며, 김미애(해운대을) 의원은 당의 위기 때마다 비대위원·혁신위원을 맡으며 각각의 존재감을 부각해 공천 경쟁에 유리하다는 평을 받는다.

이렇게 국민의힘 정치 지형이 요동치는 가운데 내년 총선에서 공천 과정을 무리하게 진행하면 '필패'를 면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부산지역의 경우 당협의 세를 무시할 수 없고, 과거와 달리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 격차가 많이 좁혀진 만큼 당내 경선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하면 민주당의 선전으로 이어져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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