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첫 역전세 대규모 보증사고 …H오피스텔 100여세대 보증금 못 받아 ‘발 동동’


피해신고센터 운영 천정배 전 법무장관 “행정‧금융당국 선제적‧적극적 대책 세워야”

전세사기 피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들과 상담하고 있다./더팩트 DB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최근 전세사기와 역전세 여파로 세입자들이 제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보증 사고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가운데 광주시에서도 역전세로 인한 대규모 보증금 반환 보증 사고가 현실화되고 있어 예방과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이사장인 호남100년살림민심센터는 9일 센터에서 접수한 광주시 북구 쌍암동에 위치한 H오피스텔의 조사 사례를 발표하고 광주지역에 전세 보증금 반환 사고 위험이 현실화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9일 센터에 따르면 첨단 H오피스텔은 지난 2021년 12월 임대분양한 신축 오피스텔로 전체 세대수는 260호실, 전용면적 49.2637㎡(14.82평)에 전세 보증금은 각 1억 7~9천만원대이다.

그런데 다음달인 12월 2일자로 전세계약이 종료되는 세입자 중 약 150세대가 퇴거를 할 예정이지만 임대사업자인 H건설측은 일시에 퇴거 신청이 몰리는 바람에 현실적으로 전세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규모 보증사고가 불가피함을 예고했다.

세입자들은 3개월 전인 지난 7월에 72세대의 공동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연장하거나 갱신할 의사가 없어 계약종료일인 12월에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회사측에 보냈다.

H건설은 이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가 계약종료일을 불과 3주 앞둔 9일 세입자 대표단이 회사를 방문해 전세보증금 반환 여부와 대책 등을 요구하자 현실적으로 계약종료일에 전세보증금을 일시에 반환할 수 없는 실정임을 인정하고 전세계약기간 종료후 2개월이 지난후에나 청구가 가능한 전세보증금보험으로 반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로인해 수개월 전부터 새로 이사할 집을 매매나 전세 계약해 놓은 세입자들은 수백~수천만원에 달하는 계약금 등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는가 하면 전세자금대출 연장이 안될 경우 연체이자와 신용불량 등 위험에 빠질 것을 염려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발만 동동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첫 신혼 집으로 입주한 박모씨(34)는 1억9천2백만원의 전세보증금 중 1억5천3백만원을 대출받아 엊그제 첫째 아이까지 출산해 새 아파트로 이사할 계획으로 매매계약금과 부동산중개수수료로 3천3백만원을 이미 치렀으나 잔금 입금일인 12월 초가 눈앞에 다가옴에도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게 되자 계약금 등을 모두 떼이게 됐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사회 초년생인 세입자 김모씨(32)는 계약 종료일인 다음달 2일에 이사를 할 아파트를 가계약을 해놨으나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것으로 알려지자 계약금 200만원을 포기하고 가계약을 해지했고, 박모씨(34)는 다음달 4일 이사할 집으로 계약금 1,800만원에 전세계약을 했으나 보증금 반환을 받지 못할 경우 잔금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발생하는 역전세로 인한 보증사고는 광주지역의 경우 시세 격차가 전국 평균보다 낮은 편이지만 이미 경고음이 있어왔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는 지난 6월 '광주 주택시장 리스크요인 점검 및 수급 여건 분석' 보고서를 통해 올해 4월 기준 역전세와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이 각각 42.0%, 7.7%로 추정되며 상당부분 계약 만기가 도래하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에 보증사고 피해가 발생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광주지역 주택가격은 지난해 8월 하락 전환한 이후 올해 4월까지 -7.6% 가량 하락해 1997년말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 사고가 터진 H오피스텔은 부동산 경기 고점인 지난 2021년에 최고 1억9천만원대에 임대 분양했으나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년이 지난 지금의 주변 전세 시세는 1억 5천만원대로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이 위 보고서에서 역전세 위험가구의 기존 보증금 대비 시세 차액은 올해 하반기 만기 도래 가구 기준으로 약 4,983만원 수준으로 분석한 것과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호남100년살림민심센터는 광주지역의 대표적인 전세사기 피해사건인 알콩달콩빌 지원대책에 이어 역전세로 인한 전세보증금 반환사고 피해를 예방하고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와 행정당국에 적극적인 지원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천정배 전 법무장관은 "상대적으로 안전할 줄 았았던 광주에서 대규모 보증금 반환사고가 발생한 것은 역전세와 대출금리 상승 등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며 "올해 말과 내년초까지 기간에 2만 가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역전세 위험가구에서 보증사고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는만큼 광주시 등 행정당국과 금융당국이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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