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부산=조탁만, 김신은, 강보금 기자] 1990년대 찾아 온 IMF 외환위기는 한국 사회 구조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가족 구성원을 책임지던 가장을 뿌리채 흔들어 가정의 해체를 불렀다. 사람들은 가족중심주의 시대에서 개인주의 시대로 급속히 내몰렸다.
당시 이리저리 휩쓸린 세대들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빈곤에서 허우적거려야만 했다.
비극은 다음 세대에도 여전히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청년층의 취업.결혼 등의 포기와 노인 빈곤 문제, 나아가 결국 죽음 앞에서 그들은 외로운 싸움을 홀로 감내해야만 했다.
결국 홀로 죽음을 맞아 오랜기간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 한 죽음, 즉 '고독사'를 맞는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부산시는 고독사 발생의 가장 큰 이유로 '가족해체'와 '빈곤'을 꼽았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부산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9.8명의 고독사가 발생했다.
전국 평균이 6.6명보다 1.5배 가량 많은 수준이다. 2017년 219명에서 2018년 291명, 2019년 254명, 2020년 315명, 2021년 329명으로 발생 건수도 증가세다.
부산시 사회복지과 윤수란 주무관은 "고독사 대상은 누구나 될 수 있다. 청년층, 중장년층, 노인층 등 연령대 상관 없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청년층에서 일어나는 고독사의 대표적인 이유로는 학업 또는 취업 실패로 인한 우울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중장년층에서는 실업, 이혼, 건강상의 이유로 홀로 살게 되면서 고독사가 발생한다. 노인층에서는 건강문제나 사별 후 생계문제로 인해 고독사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5060 중장년층의 고독사 발생 비율이 가장 두드러지는데 이에 대해 윤 주무관은 "특히 중장년층이 경제적 악화로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면서도 공공서비스를 받기 꺼려하시는 성향이 짙어 고독사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1인 가구의 증가는 추후 고독사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된다. 혼자 사는 이들이 주변 사람들과 교류가 적을수록 고독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해 기준 부산시의 1인가구는 총 51만 1745명으로 이 중 5060세대가 약 10만 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남성의 경우 23만 3037명, 여성은 조금 더 많은 27만 8708명으로 나타났다.
윤 주무관은 "사회구조의 변화로 고독사의 주 원인을 피하기는 힘들지만 이웃간의 교류와 관심으로 인적안전망을 만든다면 고독사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부산시는 공영장례 사업인 '안녕한 부산'을 추진해 무연고 사망자가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장례의식을 지원한다. 올해부터는 무연고자와 장례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 사망자에 대해 3억20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해 공영장례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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